사요나라 이츠카,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2010)는
츠지 히토나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사랑과 선택, 그리고 시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이별의 흔적을
스크린에 담았다.
1975년 방콕, 유타카와 토우코.
약속된 내일과 결혼을 앞둔 남자와
자유로운 영혼을 품은 여인.
두 사람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열정적인 사랑의 심연에 빠져들지만,
유타카는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현실적인 삶을 선택하며
둘은 이별을 고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넓지 않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완전히 묻어둔 줄 알았던 마음의 흔적과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확인한다.
시간은 흘렀어도
이별은 잠시 스쳐 간 쉼표였을 뿐,
그들의 기억 속 사랑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가 남긴 이 먹먹한 잔상,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이별을 생각한다는 것은
마음을 거두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에 충실하기 위해
잠시 삶의 호흡을 고르는 일일까.
이처럼 ‘사랑과 이별’의 화두는
영화 속 특별한 주인공들만의 이야기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는 매일
사랑과 이별을 만나고 있다.
다만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깨닫지 못할 뿐이다.
그 역설적인 순간은.
우리가 매일 나누는
‘아침 인사’ 속에 담겨 있다.
우리는 매일 밤 잠들고,
매일 아침 다시 눈을 뜨며
곁에 있는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잘 잤니?"
“안녕!”
우리는 왜 밤새 별일 없었는지,
어둠의 시간을 무사히 건너왔냐고
습관처럼 묻는 걸까.
그 짧은 한마디 속에는
우리가 살아오며 건너온 수많은
이별의 흔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아침 인사는
단순히 하루를 맞이하는 안부가 아니라,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소중한 의식이자
삶의 무게가 가득 채워진 마음의 나눔이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 당연해 보이는 인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반가운 안부인지 잊은 채 살아간다.
오늘도 곁에 있는 사람은
내일도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것 같고,
오늘이라는 주어진 시간 역시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우리 삶에
영원히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이 지나온 세월이 그러했듯,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의 언젠가의 이별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간 청춘과 어제의 시간, 흐르는 오늘과 그 시절의 나 자신과도 매 순간 작별을 나누고 있다.
오늘 아침 우리가 나눈 인사는
어제와 작별하고 오늘을 새롭게 맞이하는
첫 번째 ‘이별 연습’이 아닐까.
여기서 ‘이별을 연습한다’는 것은
다가올 상실을 미리 두려워하거나
마음을 조금씩 거두어들이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별 연습이란, 언젠가 끝이 온다는 사실을 겸허히 깨달음으로써 오늘이라는 주어진 시간과 내 곁을 지키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언젠가 헤어진다는 진실이 오늘의 사랑을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오늘 하루를 아낌없이 불태우게 만드는 가장 뜨거운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니까.
그러니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더 충실하게, 온 마음으로 사랑하자.
익숙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안부를 묻고,
고맙다는 고백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으며,
함께하는 순간을 조금 더 이어가는 마음으로.
지나간 날을 후회하기 위해서도,
누군가를 떠나보내기 위해서도 아닌,
오늘이라는 하늘이 건넨 시간 속에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아낌없이 마음을 나누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오늘 아침,
당신은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나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
당신은 그 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담아 인사했나요?
〈사요나라 이츠카(サヨナライツカ; 안녕,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