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맹신하지도,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기 위하여
우리나라에서 키오스크는 2014년 무렵 등장했고, 이듬해부터 빠르게 확산되었다.
더운 날씨에 길을 걷다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 앞에 웬 기계가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이 녀석이 그 '키오스크'라는 놈이다.
처음이라 몇 번의 착오 끝에 주문 끝.
신기하면서도 정말 편리하다.
아마 이게 벌써 10여 년 전일 거다.
그런데 요즘도 이 녀석 앞에서
멀뚱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거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된 기계 아닌가?
10년 전에도 이미 늙으셨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더라.
나랑 비슷해 보이니까.
그러면 종업원이 주문받지 않고
기계를 내세운 매장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동안 변화에 무심했던 사람의
개인적 문제인가.
원래 새로운 것은
이렇게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지만
어느 순간 당연한 존재로 군림하는,
그래서 없으면 오히려 불편해지는.
AI도 마찬가지일 거다.
요즘은 어디서나 AI 이야기를 한다.
교육, 예술, 경제, 과학, 문학....
심지어 갈라치기 마당의
정치판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키오스크처럼 아직도
AI랑 통성명도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
많다. 무지 많다.
그래도 한마디 거들자면
ChatGPT가 세상에 나온 게
2022년 늦가을인가,
아직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AI라는 존재, 이미 우리네 생활 속에
꽤 다양하고 깊이 들어와 있지 않은가.
기껏 유아원 갈 나이에
벌써 박사 학위까지 넘본다.
보고서를 쓰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주고 설명도 해준다.
여행지도 다양하게 추천해 주고.
심지어 계획도 짜준다.
그뿐인가.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제법 쓴다.
유명 작가 못지않다.
소위 말하는 '혁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빠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 속으로 쏙쏙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전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많이 편해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 현재로선
뭔가를 '짠' 하고 만들기보다는
내가 넘지 못할 장벽을 만났을 때
그 높이를 낮춰 주는, 때론 나를 높여서
가볍게 넘게 만드는 존재.
나는 그게 우리네 일상 속
AI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편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원래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를 만나면
많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글 속에 사유니, 철학이니
이런 용어 나오면
손가락이 바빠지잖는가.
이러다 고민하지 않는 게
우리의 특이사항이 되는 건 아닐까.
뭐든 척척 도와주니까.
거기다 사람보다 똑똑하면서
친절하기까지 하다.
아주 귀를 간지럽힐 만큼
달콤한 칭찬과 언변도 좋다.
가끔 과장과 거짓말로
추켜세워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사람보다 편하다.
물론 최근엔 조금은
꼰대 스타일의 모델도 나오더라.
질문도 까다롭게 요구하고
구구절절 설명도 복잡하더라.
아무튼 그래도 이 시대 사람들
조금만 AI랑 친해지면 편하다.
하지만 이 편함이 가끔 사람들을
심각한 부작용에 빠지게도 만든다.
눈이 높아질 위험이 많다는 거다.
자기가 정말 똑똑하고
뭐든지 잘하는 줄 착각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
"너가 뭐든지 다 하고 잘하면
나는 무얼 하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니?"
어떤 고민이든 문제든
그렇게 쉽게 풀어 준다면
나는 뭘 해야 하는 걸까?
답은 이미 쉬워졌으니
제대로 물어야 할까,
아니면 그걸 무조건 덥석 받아서
사용하기만 하면 될까?
결국 다른 고민이 생겼다.
무조건이냐,
다른 조건이냐
이것이 새로운 고민이다.
낯설지만 전혀 낯설지 않게
우리네 일상 속으로 들어온 AI.
물론 지금도
키오스크 앞에서 뻘쭘한 사람처럼
완전 낯설어서, 혹은 나와 상관없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다고 AI가 우리를 거절하는 건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또 이끌며,
심지어 가르치려 한다.
결국 답은 하나다.
AI를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AI에 의해 바뀌는 세상,
나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내 몫으로 남길 건지
고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주도하는 것.
그것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