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도시락과 잊히는 글에 대하여
일본 홋카이도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너무 추운 날씨 탓에 가족들이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기를 꺼렸다.
결국 호텔 근처에 있는 편의점 세이코마트(Seicomart)를 찾았다.
그런데 세이코마트에서는 매장 안에서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메뉴도 다양했고,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각자 먹고 싶은 도시락을 하나씩 골라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막상 도시락을 먹어보고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일본 편의점 도시락이 원래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매장에서 즉석으로 조리해 판매하는 도시락이라서인지 기대 이상이었다. 웬만한 맛집 못지않은 맛이었고,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했다.
감탄하며 도시락을 먹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이 그날 다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음 날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팔리지 않고 남은 도시락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폐기한다고 했다.
"설마?"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로 그랬다.
일본 편의점 로손의 2017년도 식품 폐기량은 약 4만 4000톤에 달했고, 그중 주먹밥과 도시락은 포장도 뜯기기 전에 버려지는 비율이 10%가량이었다.
맛도 영양도 조리된 순간 그대로인데, 그 어느 것 하나 손색없는 남은 도시락의 최후가 결국 쓰레기봉투였던 셈이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상해서도 아니다. 조리된 순간과 같은 맛, 같은 영양을 그대로 품고 있는데도 단지 정해진 시간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진다.
도시락의 가치는 재료나 맛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시간'에 매여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낭비를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로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시락과 주먹밥에 스티커를 붙여 포인트로 할인해 주는 방식을 시범 운영했고, 세븐일레븐도 판매기한 5시간 이내 제품을 대상으로 비슷한 할인을 확대했다.
완전히 버려지기 전에 누군가에게라도 닿을 수 있도록, 마지막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준 셈이다. 결국 사라질 운명이라 해도, 그 끝을 어떻게 맞이하게 할지는 사람이 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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