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와 '어떻게'가 이어가는 다른 이야기
해외에서 은퇴를 맞이하니,
다가올 날들이 까마득하고 막막했다.
무엇이라도 해서 수입을 만들어야 했지만,
내가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딜 가나 따라붙는 말.
“나이가 많으신데...”
한국에서도, 타국에서도,
나이라는 벽 앞에 매번 돌아서야 했다.
지인을 통해 수소문해 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세월이 먹여준 나이를 이제 와
토해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다 찾아낸 것이
지금의 야간 청소 일이다.
강단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펜 대신 청소도구를 손에 쥐었다.
사람들 앞에 서서 하던 일이
몸을 굽히고 엎드리는 일이 되었다.
대단한 벌이는 아니었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러나 진심으로 그게 좋았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작게나마 용돈이라도 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이 슬롯에 내 자리가 생겼다는 것.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눕는 시간,
나는 하루를 시작하려 일어선다.
사람들이 아침을 맞아 서둘러 출근할 때,
나는 비로소 눕기 위해 일터를 떠난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정말 고되고 힘이 든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이상하리만치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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