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두 시의 벤치
Have Good Time
H — 현수(Hyunsu)
A — 안 (An)부장
V — 비비안 (Vivian)
E — 은서 (Eunseo)
평일 오후 두 시,
동네 도서관 앞 벤치에는
늘 같은 얼굴들이 앉아 있다.
현수(Hyunsu)는 서른셋이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
그래서 '아무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아무 일'의 목록은
해마다 길어진다.
안(An)부장은 예순하나다.
삼십오 년 다닌 회사는
그에게 송별 케이크와
명함 한 통을 남겼다.
명함엔 여전히
'부장'이라 적혀 있지만
내밀 곳이 없다.
비비안(Vivian)은 유모차를 민다.
한때는 회의실에서 숫자로
사람들을 설득하던 일을 했다.
이제는 아기 하나를 설득하는 데
하루를 다 쓴다.
월급이 없을 뿐
이것도 분명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말해 줄 사람이 없다.
은서 (Eunseo)는 마흔다섯이다.
다니던 회사가 통째로 사라졌다.
이십 년 쌓은 노하우는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았는데,
그걸 사 줄 사람이 없다.
그날도 벤치 앞으로
배달 로봇이 지나갔다.
그 뒤를 양복 입은 청년이
통화하며 따라갔다.
"네, 팀장님.
저희 팀, 내년에 절반으로 준다고요?
아뇨, 저는 아직요. 아직은요."
넷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가
동시에 시선을 거뒀다.
'아직은요'라는 말이
벤치 위에 오래 남았다.
현수가 중얼거리길,
"저 친구도 곧 오겠네."
안 부장이 답했다.
"자리는 넉넉해."
그때 유모차에 앉아 있던 아기가
유모차 손잡이를 붙들고 일어섰다.
처음이었다.
네 어른이 동시에 박수를 쳤다.
아무도 그 박수의 생산성을
계산하지 않았다.
은서는 문득 생각했다.
일자리가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에게 남는 일이 있다면,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벤치는 아직 넉넉했다.
아직은.
H — 현수(Hyunsu)
A — 안 (An)부장
V — 비비안 (Vivian)
E — 은서 (Eunseo)
그들은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잉여 인간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시간이 있었다.
HAVE TIME.
시간이 남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뜻일까.
일을 잃은 사람에게 남은 시간은
잉여일까, 자유일까.
그들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일까.
아니면 더 이상 ‘필요한 인간’일
필요가 없어진 것일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과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HAVE(Human Agency, Value & Experience) Time
Human - 인간이라는 존재
Agency - 스스로 선택하는 힘
Value - 존재 자체의 가치
Experience - 대체할 수 없는 경험
"AGI 시대, 인간에게 남는 것은 쓸모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온 시간뿐인가?"
♣ 해답은 온라인카지노북 「사유나라 2」 "나는 꼭 쓸모 있어야 할까?"(1,2부)에 담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