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아스트라가 소설을 쓴다면

byItz토퍼



AGI 시대, ASTRA [2]


이 글은 실제 사례가 아닌,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아래에 등장하는 소설가와 인터뷰, 그리고 소설 집필 과정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공개된 Astra의 기능과 특성을 바탕으로, “만약 Astra를 소설 창작에 활용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상상해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AI를 활용한 소설이나 웹툰 창작 사례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과 대화, 작업 과정은 특정 사례를 재현한 것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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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넘게 장편소설을 써온 소설가. 그는 노트북에 초고를 쓰고, 인쇄해서 빨간 펜으로 고치고, 다시 타이핑하는 방식으로 일해왔다. 그에게 AI란 그동안 자료를 찾아주거나 문장을 다듬어주는 보조원 정도였다.


소설의 뼈대, 즉 이야기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결론이 나야 하는지는 언제나 작가인 그의 몫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Astra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느 때처럼, “이 장면을 좀 더 긴장감 있게 고치려면 어떤 방법이 좋겠니” 같은 부분적인 제안을 부탁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15년간 구상만 하고 손대지 못한 이야기. 인물 관계도와 세계관 메모, 챕터별 개요, 심지어 포기했던 초고 세 편까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Astra에게 넘겨주면 어떻게 될까.


현재 공개된 Astra는 105만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를 제공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입력을 지원하고, 최대 12만 8천 토큰까지 출력할 수 있다. 적어도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기존의 짧은 대화형 AI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료를 한 작업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셈이다.


그는 반신반의하며 모든 파일을 밀어 넣고 이렇게 요구했다.


“이 자료들을 다 검토해 줘. 인물들의 말투와 세계관의 규칙에 일관성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3장부터 12장까지의 초고를 완성해 줘. 그리고 다 쓰고 나서 앞부분과 톤이 어긋나는 곳이 있으면 찾아서 알려줘.”


여기서 그가 예상했던 반응은, “네, 알겠습니다. 초고를 작성하겠습니다.”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Astra는 곧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몇 가지를 되물었다.


“2장에서는 주인공이 거짓말을 못 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메모에 있는 결말에서는 그가 결정적인 거짓말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모순은 의도된 것인가요, 아니면 초고 단계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인가요?”


작가는 잠시 멈칫했다.

사실 그것은 그 자신도 오랫동안 답을 미뤄둔 질문이었다.


인물이 변하는 이야기로 쓸 것인가, 처음부터 다른 얼굴을 감추고 있던 이야기로 쓸 것인가. 이 갈림길 앞에서 그는 몇 년째 서성이고 있었다.


여기 우리가 주의해야 할 장면이 있다.

정작 소설을 더 빨리 완성시키는 것이 문장을 만들어내는 속도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이 부분, 앞뒤가 맞지 않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짚어주는 순간, 작가는 자신도 미처 결정하지 않았던 선택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전문적인 편집자가 하던 질문을 초고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글을 써본 사람들은 이 부분이 왜 중요한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거짓말을 못 하던 인물이 결정적인 순간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쪽으로 가자. 다만 그 이유를 6장에서 미리 심어둬야 해.”


예전 같으면 이 결정 하나로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을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서를 다시 쓰고, 이미 나온 대사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고쳐야 했으니까.


하지만 장문의 자료를 한 컨텍스트 안에서 다룰 수 있는 AI라면 작업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쓴 것은 유지하되, 이 지점부터 새 조건을 반영해서 이어가줘.”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3장부터 5장까지는 그대로 두고, 6장에 복선이 되는 짧은 장면 하나를 새로 끼워 넣고, 12장의 결말부만 다시 쓰는 식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대신, 방금 떠오른 생각 하나를 그저 던져 넣을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아주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건 편리함이지만, 동시에 낯섦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야기 전체를 머릿속에 붙들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붙들고 있음’의 상당 부분을 AI의 긴 컨텍스트와 문서 처리 능력에 맡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줄거리의 세부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결국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 자체일 것이다. 원고가 어느 정도 쌓이면 작가는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해 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지시한다.


“전체를 읽고, 감정선이 급하게 튀는 곳이나 이미 설명한 내용을 또 설명하는 곳을 찾아줘.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문장이 짧아지는 내 습관도 고려해서, 그 리듬이 의도적으로 읽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문체가 무너진 것처럼 읽히는지도 판단해 줘.”


이 과정은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고, 오류를 찾고, 다시 고치는 과정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 다만 여기서 ‘버그’는 논리 오류만을 뜻하지 않는다. 소설에서의 버그는 감정의 논리일 수도 있다.


독자가 이 순간 이 인물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는가. Astra가 “9장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화해를 결심하는데, 그 전 장에서 쌓인 분노의 크기를 고려하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한다면, 작가는 그 지점에서 한 장면을 더 끼워 넣을지, 아니면 원래도 이 정도의 갑작스러움을 의도했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몇 번의 이런 왕복이 진행된다. 읽고, 지적받고, 결정하고, 다시 쓰는 일을 거치면서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퇴고할 가능성은 생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줄어드는 것은 문장을 만들어내고 자료를 다시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지,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시간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그 판단을 더 자주, 더 명확한 형태로 요구받게 될지도 모른다.




원고가 끝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것은 분명히 완성된 한 권의 장편소설이다.


문장은 매끄럽고, 복선은 회수되고, 인물의 말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 소설, 과연 내가 쓴 것인가?”


이 질문에 쉬운 답은 없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이 이야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인물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결말을 선택한 이유, 9장의 급작스러운 화해를 그대로 둘 것인지 고칠 것인지를 결정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였다는 사실이다.


Astra는 방대한 자료를 한꺼번에 다루고, 모순을 찾아내고, 문장을 만들어내고, 필요하다면 복잡한 작업을 여러 단계로 수행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답을 AI가 대신 정해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그 질문 앞에서 작가는 계속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이 가상의 스토리의 핵심이다.


글쓰기의 속도는 AI가 가져갈 수 있어도, 그 이야기를 왜 쓰는가에 대한 답까지 자동으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더 많은 자료를 읽고, 더 많은 초고를 만들고, 더 많은 문제를 지적할수록 “나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은 작가 앞에 더욱 선명하게 놓일 수 있다.


그것이 이 가상 속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아닐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가상이다. 실제로 소설가가 이런 방식으로 작업했을 때 결과물이 정말 좋은 소설이 될지, 아니면 문장은 매끄럽지만 어딘가 공허한 원고가 될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상상해 볼 수 있다.


도구가 무엇을 대신해 주든, “이 이야기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라는 질문만큼은 여전히 작가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리고 그 질문 앞에는 여전히 한 사람이 서 있다는 것.


그것이 이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소설가라는 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 혼자 그 질문에 답을 마쳤다고 해서,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고를 세상에 내놓는 순간, 그는 여전히 이런 질문을 듣게 될 것이다.


"이 소설, 과연 사람이 쓴 것인가?"


아마 그 물음에 문학은 한동안 너그럽지 않을 것이다. 작가 자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도구로 무언가를 만들어낸 이에게 세상이 가장 먼저 건네는 것은 박수보다 의심일 때가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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