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토토로를 볼 수 있는 나이

비 갠 하늘 구름 사이에서 만난 창작의 영감

byItz토퍼

어느 늦은 오후였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뒤, 문득 하늘을 보았다.


비가 그친 하늘은 아직 완전히 맑아지지 않았다. 짙고 어두운 구름이 하늘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로 늦은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빛은 구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구름의 가장자리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어둠과 빛 사이에 묘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상을 바라보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며 나도 모르게 외쳤다.


"딸~! 토토로가 나타났다!"

"어디?... 정말! 토토로 닮았다!"


토토로 ⓒ Itz토퍼 Photography


나는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 아래, 토토로를 만난 그 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겼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비가 갠 뒤의 흔한 구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의 우리에게는 분명 토토로였다.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딸과 함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얽힌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다.




토토로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하면,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평범한 시골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를 만난다. 거대한 몸집의 토토로. 말수도 적고, 아이들에게 거창한 가르침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숲 속에 있고, 고목에 있으며, 비가 내리는 밤 버스 정류장에 가만히 나타날 뿐이다.


그런데 토토로를 만난 뒤 아이들의 세계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똑같은 숲이 더 이상 그저 평범한 숲이 아니고, 똑같은 밤이 더 이상 어두운 밤이 아니며, 평범하게 비가 오던 날조차 무언가를 기다리는 설렘의 시간이 된다.


아마 《이웃집 토토로》의 특별함은 토토로라는 존재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토토로를 만난 아이들의 '눈'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풍경이 이야기를 품기 시작한다. 세상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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