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8/20) 발행 글 예고
옛날 옛적,
여우와 두루미가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번 일이 마음에 걸렸던 여우가
이번에는 정성껏 상을 차렸죠.
그런데 식탁 위에는
접시 하나와 유리병 하나뿐이었답니다.
“여우야, 음식은 같은데
그릇은 왜 두 개야?”
여우가 웃으며,
“오늘의 요리는 그릇이야.
무엇을 담느냐만큼
어디에 담느냐도 맛을 만들거든.”
여우가 피클을 접시에 담아주자
두루미가 한 입 먹고는,
“아삭하고 상큼한 맛인데.”
이번에는 같은 피클을
유리병에 옮겨 담았습니다.
두루미가 다시 한 입 먹더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어라, 아까보다
훨씬 시큼하고 짭짤하게 느껴져.”
여우가 웃으며,
“병 속에서는 피클만 보이는 게 아니라
식초와 소금의 깔끔함
그리고 숙성된 시간까지 함께 보이거든.”
이번에는 두루미가 나설 차례였습니다.
두루미는 넓은 접시에
꿀을 얇게 펴놓았죠.
여우가 맛을 보고는,
“달군.”
이번에는 같은 꿀을
작은 유리병에 담았습니다.
여우가 한 숟갈 떠먹더니
놀란 얼굴을 하면서,
“음...... 훨씬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데?”
두루미가 웃으며,
“접시 위의 꿀은
다른 음식과 어울리는 조연이었고,
병 속의 꿀은 혼자 주인공이 된 것이지.”
그렇게 둘은 한참 동안
식탁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여우가 말했습니다.
“이전에는 상대가
먹지 못할 그릇을 골랐지만,
이제는 음식이
가장 맛있어지는 그릇을 골라야겠구나.”
두루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음식에게도 어울리는 집이 있는 것 같아.”
그날 이후
여우와 두루미는 누군가를 초대할 때면
무엇을 대접할지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음식이 가장 잘 어울릴
그릇도 함께 골랐답니다.
맛은 혀에서 시작되지만,
어쩌면 그보다 먼저
그릇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둘은 알게 되었답니다.
음식에는 어울리는 그릇이 있고,
마음에도 어울리는 그릇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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