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나를 위한 변명이었을까
사람들은 마음이 가장 흔들리는 순간, 소주 한 잔을 찾는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와 노래 속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주 한 잔’의 이유가, 이별이란다.
떠나간 사람을 잊고 싶은 마음,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을 되뇌는 밤, 홀로 남겨진 시간을 견디기 위한 한 잔. 그렇게 소주는 오래도록 이별의 아픔을 달래는 위로가 되어왔다.
물론 소주 한 잔이 이별의 이유를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오래전 그런 한 잔이 절실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잔 속에는 지금까지도 끝내 답하지 못한 하나의 질문이 남아 있다.
그 아이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내게 남긴 것들 가운데,
시간이 흘러도 더 커지지도, 더 작아지지도 않는 존재.
젖먹이였던 날부터 그 시간 속 기억이라는 페이지마다 작은 발자국 하나씩을 찍어주며 자란 아이.
그녀와 헤어진 뒤에도 나는 그 아이를 곁에 두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온 마음으로 정을 준 것도 나였고, 씻기고, 밥을 챙기고, 매일 같은 길을 산바카라하며 하루를 나눈 것도 나였으니까.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면 우리는 지하주차장에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맴돌곤 했다. 비를 피해 머물던 그곳에서 우리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언젠가 외톨이가 될 둘의 운명을 미리 예고하던 순간이었는지도.
하지만 이별 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아이는 운명도 추억도 아닌 무게가 되었다.
그 아이를 바라보면 그녀가 떠올랐고, 그녀를 떠올리면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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