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할래요?

와인 한 잔을 끝냈으니, 이제는 소주 한 잔으로

byItz토퍼
c6651ba0-27b4-423b-89e1-84f48502165e.pngby ChatGPT


“소주 한 잔 할래요?”


한국에서 이 말만큼 뜻이 많은 문장도 드물다.


정말 소주가 마시고 싶어서 묻는 걸까?

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자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목이 말라서

뭐든 한 잔 마시자는 말과도 다르다.


“소주 한 잔 할래요?”에는

이상하게도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따라온다.

아니, 따라온다기보다는

이미 수많은 문장이 잔뜩 담겨 있다.


‘오늘 좀 힘들었는데, 내 얘기 좀 들어줄래요.’

‘오랜만인데, 우리 아직 친한 거 맞죠?’

‘미안했어요. 그런데 제가 먼저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축하해요. 내가 진작 그 기쁨을 같이 누리고 싶었어요.’

‘괜찮아요. 울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때로는,

그냥...

오늘 아무 말하지 않고

내 곁에만 있어달라는 고백이기도 하다.




소주는 관계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소주를 마시자고 하면 조금 부담스럽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는 가볍고,

“식사 한번 하시죠.”는 점잖다.


그런데 “소주 한 잔 하시죠.”라고 하면

갑자기 관계의 거리가 한 뼘 가까워진다.


소주는 이상하게도

사람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좁혀주는 술이다.


처음에는 잔을 조심스럽게 들다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잔을 살피고

빈 잔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병을 기울인다.


“제가 따를게요.”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

서로의 빈 잔을 발견해 주는 사람,

그리고 그 빈 잔을 다정하게 채워주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소주 한 잔은 술 한 잔이 아니라,

“우리 조금 더 가까워져도 될까요?”라는

수줍은 질문인지도 모른다.



소주는 정(情)이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다.

그런데 정이라는 것, 참 설명하기 어렵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담스럽고,

우정이라고 하기엔 조금 넓으며,

친절이라고 하기엔 깊다.


아마 정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남은 삼겹살 한 점을 상추에 싸서

상대방에게 슬며시 건네주면서,

“더 먹어요.”


“괜찮아요.”

“괜찮긴. 어서 먹어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Itz토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온라인카지노스트(Brunchist) Itz토퍼입니다. 삶과 사유, 그리고 빗각(BitGak)을 나눕니다.

36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7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