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낮아질 때 비로소 보이는 나보다 나 같은 존재
빗각(BitGak) 11
그림자 속 자아
*표시가 붙은 글은 알레고리(은유적 서사) 형식의 에세이입니다. 상징 뒤에 숨겨진 의미를 각자의 경험과 삶으로 다르게 해석하며 읽으실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겨울 아침은 정말 추웠다.
하지만 땅 위에 옅은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바로 그림자밟기 술래잡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친구의 그림자를 밟아야만 술래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의 발밑에 드리운 기나긴 어둠을 부지런히 쫓고 쫓겼다.
"토끼지 마라. 안 서나!"
"뭐하노, 빨리 잡아봐라!"
해가 비추는 아침 마당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추위에 잔뜩 움츠렸던 몸은 어느새 더운 열기로 차오르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곤 했다.
그 시절의 그림자는 그저 천진난만한 놀이의 대상이자 또 하나의 동무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삶의 계절이 바뀌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도 골이 조금씩 깊어졌다.
내 얼굴 어디처럼.
해 질 무렵, 느린 걸음으로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 그림자가 나보다 훨씬 길게 늘어져 뒤따라오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정말, 나이란 게 그렇다.
저렇게 길게 늘어져서 따라오는 모습,
그림자조차도 초라해 보이냐.
몹쓸 늙은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