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5분 지각, 다르게 흐르는 시간의 궤적
빗각(BitGak) 07
지각
중학교 시절, 집이 과일가게를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의 별명은 언제나 '지각대장'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제대로 등교하고 나머지는 늘 지각입니다.
매일 아침 수업이 막 시작되려는 아슬아슬한 찰나, 교실 뒷문을 조용히 열고 스르륵 들어오던 어스름한 그림자.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매일 다른 변명을 품고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학교 문턱까지 걸어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버스를 놓쳤다거나, 아침에 배가 아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늦었다거나, 어머니가 갑자기 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등. 그가 늘어놓는 변명의 레퍼토리만 모아도 두툼한 소설바카라 한 권은 족히 엮어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매번 짐짓 엄한 표정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무라지는 않으십니다.
"그 머리 공부하는 데 좀 쓰거래이. 됐다, 어서 들어가 앉아라."
어린 날에는 그저 비겁하고 구차한 변명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변명이라고 여겼던 것이 꼭 그것만의 아니었다는 사실을.
문득 그 시절, 교실 뒷문을 열고 친구가 함께 몰고 들어오던 공기의 온도를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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