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밤의 이중주
빗각(BitGak) 02
잠
우리는 매일 밤 세상의 불을 끄고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나는 잠이 아주 적은 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잠을 삶의 아까운 기회비용이자 일종의 낭비라 여겼던 고집스러운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평생의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대부분 밤 12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고, 새벽 5시 전후로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보다 정확한 신체 알람 덕분인데, 내 기준에서는 이 정도도 꽤 많이 자는 편에 속한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낮 시간에 30분 남짓의 낮잠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에 달하는 긴 시간을 잠으로 채우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 '잠'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슬롯는 잠에 대해 일방적인 '정면의 시선'만을 비추곤 한다.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잠시 전원을 끄는 '충전 시간', 혹은 깨어 있는 낮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라는 시선.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똑바른 잣대만 대어 보면, 잠은 그저 멈춰 있는 아까운 시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의 오랜 습관 역시 그 정면의 시선에서 출발한 셈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몸의 습관은 고스란히 남았으되, 잠을 바라보는 관념만큼은 달라졌다. 정면에서 한 걸음 비껴서서, 비스듬한 '빗각'의 시선으로 우리의 밤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익숙한 정면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잠은 차가운 이성의 직선과 따뜻한 감성의 곡선이 교차하는 매혹적인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그 비스듬한 경계 위에서 두 가지 익숙한 풍경이 겹쳐 보였다.
바로 어제의 피로를 질서 정연하게 분류하는 '도서관'과, 오늘의 상처를 자유롭게 위로하는 '미술관'이다. 이 비스듬한 이중주 속에서 잠은 비로소 우리를 온전히 안아주는 따뜻한 품이 된다.
이성이 이끄는 단정한 직선: 밤의 도서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