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
빗각(BitGak) 01
청소
어릴 적 외할머니는 마당으로 이어진 툇마루와 넓은 대청마루를 매일 걸레로 정성껏 닦으셨다.
나무 바닥을 훑고 지나간 축축한 걸레 자국, 물기를 머금은 나뭇결이 서서히 마르며 풍기던 눅눅하면서도 은은한 단내. 먼지 한 톨 없이 반짝이던 마루였다. 하지만 개구진 바람이 마당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그 반짝임 위로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곤 했다.
"할매, 또 더럽어지는데 와 맨날 닦노?"
청소를 한다는 것, 생각해 보면 참 모순투성이다.
우리는 매일 먼지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그것을 없애기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 바닥을 쓸고 닦고, 바카라상 위를 정리하고, 창틀에 낀 먼지를 쓸어낸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원위치다. 먼지들이 다시 원래의 자리를 되찾아오니까.
이렇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다시 더러워질 것을 알면서 왜 청소를 하는 걸까.
청소만큼 단순한 노동이 어디 있는가. 그냥 쓸고 닦으면서 어지러워진 공간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는 행위일 뿐이다. 더 건조하게 말하자면, 효율과 위생을 위한 생활 기술에 불과하다. 조금 더 프로스타일로 말하면 오갈 데 없는 타국살이 은퇴 교수가 마지막으로 붙잡은 용돈벌이 알바일 뿐.
그러나 다른 시각, 즉 '빗각(BitGak)'으로 바라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소란 사실 먼지를 없애는 일이 아니다.
청소는 내가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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