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선율의 궤적 (제4편)
♬ 온라인카지노스트 Itz토퍼의 음악에세이
건반 앞에 앉은 그녀는 정지해 있지 않는다.
아니, 정지할 수 없다.
첫 음이 미처 허공을 가르기도 전에,
그녀의 솟아오른 손목과 팽팽한 어깨 사이에는
이미 거대한 망설임과 벼락같은 결단이 동시에 흐른다.
어느 순간 그 흐름이 결을 이루고
그 결을 따라 흐름이 잔잔함을 입는가 싶더니
손끝이 상아 건반을 타격하는 바로 그 찰나.
소리는 백 년 전 작곡가가 남겨둔 오선지 위에서의 침묵을 깨고 세상으로 날아오른다.
그것은 지금, 오직 이 순간,
그녀의 뜨거운 육체를 통과해 비명처럼, 새벽비처럼 막 터져 나온 순전한 생명이다.
청중은 이제 곡을 '감상'하지 않는다.
아니, 감상이라고 표현하기엔.
한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세계가 천천히,
그리고 끝내 폭발하듯 열리는 광경을 정면으로 목격하는 것이다.
전통이라는, 클래식이라는 견고한 성벽이
그녀의 열 손가락 끝에서 새롭게 깨어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낼 뿐이다.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Khatia Buniatishvili)
1987년, 저 거칠고 푸른 흑해를 마주한 조지아의 도시 바투미에서 태어난 그녀. 세 살 때 그녀는 처음 건반을 어루만졌고, 여섯 살에 이미 거대한 오케스트라 앞에 독주자로 섰다. '신동'이라는 흑백의 활자만으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녀가 자란 시절의 조지아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라는 거대한 대변혁 직후, 혼란만이 가득한 나라였다. 견고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어제의 단단했던 질서가 오늘 아침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흔했다.
그런 요동치는 환경 속에서 자란 이에게 '악보'란 어떻게 절대 불변의 규범일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고정된 텍스트가 아니었다. 매 순간 흔들리고, 부딪치고, 매번 새로 조율해야 하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였다.
그녀의 무대는
단 한 번도 같은 궤적을 그리지 않는다.
결코 같은 호흡을 반복하는 법이 없다.
어제는 화살처럼 빠르게 비껴가던 구절이 오늘은 늪에 빠진 듯 한참을 머뭇거리며 끌려가고, 숨이 멎을 듯 고요하게 쓰러지던 소리는 다음 순간 폭발적으로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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