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칼이다
프롤로그 : 나는 칼이다
나는 칼이다.
태고의 깊은 침묵 속에서, 나는 그저 대지의 어두운 자궁 속에 파묻힌 이름 없는 광물이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그 완강한 어둠만이 나의 세상이었으며, 나는 차갑고 무거운 흙먼지 속에서 영원과 함께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거친 인간의 손길이 나를 그 깊음 속에서 억세게 끌어내어 무자비한 도가니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곳은 대지의 거친 숨결마저 하얗게 녹여버리는 지옥의 화마(火魔)였다. 천 도가 넘는 붉은 불길 속에서 비로소 나의 봉인되어 있던 철의 본능이 깨어났다.
굳건했던 광석의 껍데기는 허물어졌고, 자아는 붉은 눈물로 녹아내리며 요동쳤다. 형체도 없이 흐물거리는 액체가 되어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나는 비로소 뜨겁고 거대한 우주의 박동을 들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나를 집게로 건져 올린 대장장이의 망치질이 시작되던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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