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내용은 한 작가님께서 메일로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공개 답변입니다.
Q. “작가는 어디까지 진솔하게 글을 써야 하나요?”
A. “글 쓰는 이에게 진솔함은 상처를 공개하는 용기가 아니라, 자신이 믿지 않는 문장을 쓰지 않는 절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진솔한 글쓰기를 오해하곤 합니다.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픈 기억을 끝까지 파헤치고, 사적인 이야기를 고해성사처럼 털어놓아야만 비로소 ‘진실한 글’이 된다고 믿는 부분입니다.
마치 더 많이 드러낼수록 더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착각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인 입장은, 작가의 진솔함은 ‘감정의 노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입니다.
진솔함은 쏟아부은 눈물의 양으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마주한 삶의 이면을 얼마나 정직하고 품위 있게 다루었는가. 어쩌면 그것이 진솔함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일지도 모릅니다.
독자는 생각보다 타인의 사생활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잠시 호기심으로 기웃거릴 수는 있지만, 결국 바카라장을 덮으며 마음에 남는 것은 구구절절한 사연이 아니라, 그 사연 끝에서 정제된 하나의 통찰입니다.
그래서 어떤 글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드러내지 않아도 묘하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반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낸 글인데도 어딘가 공허하게 흩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차이는 노출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에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작가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작가에게 독자 앞에서 영혼을 발가벗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진심으로 수긍하지 않는 문장과는 타협하지 않을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진솔함은 무엇을 쓰느냐보다, 무엇을 쓰지 않느냐에서 드러나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