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을 내보내고 난 뒤, 처음으로 두드리는 문
"내향성의 재발견" 세 번째 이야기
살아오면서 가장 효율이 높았던 노동을 하나 꼽으라면,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구두 한 켤레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 드리기만 해도, 하루 일당에 버금가는 달콤한 용돈이 손에 쥐어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두 가지 비효율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매달 50편 가까운 글을 발행하는 플랫폼 운영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죠. 또 하나는 밤늦게 현장으로 나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새집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일은 집 세 채를 청소하고 나서야 하루 일당이 겨우 채워집니다. 그럴 때면 문득, 어린 시절 구두 한 켤레를 닦고 받았던 용돈이 떠오르며 '초강력한'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도 오랜 청소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실력을 발휘해 보기로 했습니다.
딸을 위해 마련한 새집만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 손으로 직접 쓸고 닦아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 청소 대행업체에 편하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이 집의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온전히 저의 땀방울과 손때로 채워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끙끙대며 씨름한 끝에 집 안은 눈이 부실 정도로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의 집은 그저 휑하게 비어 있는 차가운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깨끗함 속에 묘한 쓸쓸함이 감돌뿐이었죠.
그리고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가구와 생활용품, 가족들의 짐을 하나씩 옮겨 들이고, 또 며칠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차근차근 제자리를 찾아주었습니다.
밋밋하던 벽에는 가족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른 그림 액자를 걸고, 싸늘하던 바닥에는 포근한 카펫을 깔았으며, 소파 위에는 저마다의 취향이 담긴 예쁜 쿠션을 놓았습니다. 집 안 공간 틈틈이 작은 장식품을 채워 넣고, 방 안 가장 잘 보이는 벽에는 가족들이 가장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걸었습니다.
물건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온기가 더해지자, 처음 청소만 끝냈을 때의 쓸쓸함과는 완전히 다른 따뜻한 공기가 집 안 가득 피어올랐습니다.
새집을 꾸미는 일은 분명 몸도 고되고 돈도 들었지만, 우리의 손때와 마음으로 제대로 채워지고 나니 비로소 우리를 따스하게 품어주는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아마 우리 내면에 있는 ‘내향성의 방’도 마찬가지겠죠.
이전에 이 방은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 불청객들만 가득했습니다.
그중에 수치심이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며 앉아 있었고, 그 곁에 두려움이 늘 붙어 있었죠. 방어와 불안은 문가에 서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양쪽을 막고 있었고, 체념과 무력감은 창가에 등을 돌린 채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분노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낮게 끓었고, 고립감은 방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아무와도 닿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이었지만,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마치 원래부터 그 방의 일부였던 것처럼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수치심을 시작으로 그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방은 처음으로 조용해집니다. 텅 빈 것이 아니라,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조용함이 채워진 것입니다.
자, 이제 그 조용함 속에 주인인 당신은 처음으로 주인으로서 문을 열 수 있답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초청할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그 명단을 불러볼까요.
첫 번째 손님은, ‘자기 수용(Self-Acceptance)’입니다.
그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초대장을 받고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당신이 정말로 준비가 되었을 때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군요. 요란하지 않습니다. 커다란 선물 꾸러미도 없고, 위로의 말을 쏟아내지도 않습니다. 그저 방 안으로 들어와 천천히 앉으며 이렇게 말하죠.
"나는 네가 조용한 것을 알아. 난 그게 좋아."
그뿐입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수치심이 수십 년 동안 속삭여온 말과 정반대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수용'은 당신을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더 외향적으로, 더 활발하게, 더 사교적으로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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