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창에는 왜 온도계가 없을까

byItz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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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게 2006년이니 벌써 20년 전 일이다. 그전에는 작은 개인 홈페이지 정도만 운영했기 때문에 크게 느끼지 못했던 일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블로그의 댓글창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댓글창에 갑자기 잡상인들이 들락거리는 장터 분위기가 나기 시작했다.


단순한 광고 댓글부터 삐딱한 악의가 담긴 말, 욕설까지. 심지어 온라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담벼락 뒤에 숨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툭 던져놓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여러 인간 군상을 겪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는 괜히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댓글창 자체를 닫아버리게 됐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글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조용히 공개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또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글을 쓰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플랫폼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순수한 교류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는 정도는 괜찮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서는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 있다.


지난주 운동을 나갔을 때 한 지인을 만났다. 그날의 첫마디는 운동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난주 출장 어땠어?" 운동하러 나온 자리였지만, 정작 우리가 나눈 대화는 그 지인이 해외에서 보낸 일주일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원래 사람 사는 대화란 그런 것이다. 지난번 헤어지던 자리에서 이어지고, 오늘의 안부가 다음번 만남의 실마리가 되는 것. 굳이 거창한 목적이 없어도 상대의 일상을 묻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댓글은 왜 그렇게 되지 않을까.


댓글은 늘 1막에서 끝난다. 누군가의 글에 한 줄을 남겨도, 그것이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알아가는 대신, 각자의 말을 한 번씩 꺼내놓고 무대 막이 내려오는 단막극처럼. 온라인에서의 대화는 계속 그 자리에서 끝나버린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같은 사람을 만나도 다시 ‘초면’처럼 늘 1막에서 끝난다.


오프라인에서는 지인의 출장 이야기를 들은 내가 다음 주에 그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 대화가 기억되고, 관계가 조금씩 쌓인다.


그런데 댓글창에서는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글은 오가지만 맥락은 오가지 않는다. 오늘의 댓글이 내일의 안부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문장 앞에 잠깐 멈춰 섰다가, 흔적만 남긴 채 다시 다음 화면으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그저 편하게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맥락 없이 차갑고 무표정한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도 참 많다. 마치 동네 카페에서 스몰토크를 건넸는데, 상대는 물건을 팔러 온 사람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댓글창에 온도계가 하나 달려 있으면 어떨까.'


모니터 너머의 댓글창에는 글자 수 제한만 있을 뿐, 그 문장이 품고 있는 온도를 보여주는 장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차가운 문장에 상처받고,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의 말들에 화상을 입는다.


만약 댓글창에 정말 온도계가 있다면 어떨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장이 누군가를 따뜻하게 데워줄 말인지, 아니면 얼음송곳처럼 날카롭게 찌를 말인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미리 보여주는 장치 말이다.


사람의 마음도 결국 비슷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오래 기억할 때, 그 사람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어떤 온도로 그 말이 전해졌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지 않나.


사람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말보다도, 표정과 눈빛, 말투를 타고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진심에 더 오래 머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에 담긴 온도가 온전히 전달될 때, 그 마음은 비로소 상대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하지만 지금의 댓글창은 어떤가.


사람들은 진심 어린 공감을 나누기보다, 영혼 없는 한 줄을 툭 던지거나 자신의 감정만 쏟아내고 지나간다. 글쓴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자기 이야기만 외치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 글은 오가지만 마음은 오가지 않는, 평행한 독백들만 겹겹이 쌓여가는 공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나부터도 댓글을 잘 달지 않는다.

"왜냐구요?"


나이가 들면서 수십 년 동안 이런저런 댓글과 답글을 겪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군살처럼 마음 한구석에 껌딱지처럼 붙어버린 모양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항상 따뜻한데...


어쩌면 댓글창에 진짜 온도계가 없는 이유는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장의 온도를 가늠하고 다듬는 일만큼은, 기계가 아니라 결국 인간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말이다.


게시 버튼을 누르기 전, 잠깐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내가 쓰려는 이 문장은 지금 몇 도쯤 될까.'

'이 온도가 그대로 상대에게 전해져도 괜찮을까.'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물어보면 어떨까. '이 말이 다음번 대화의 첫 문장이 될 수 있을까.' 단막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2막을 염두에 둔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모른다.


말이 오가는 것과 마음이 오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댓글창이 단순히 의견을 던져놓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조심스럽게 건네는 자리가 된다면, 그 안에서 이어지는 관계도 지금보다 훨씬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오늘 우리가 이 차가운 화면 너머로 보내는 문장은, 과연 몇 도쯤 될까?


난 요 며칠 몸 상태가 조금 시원찮다.

그래도 마음만은 오늘 날씨보다 조금 더 따뜻한, 30°C쯤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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