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장을 초토화시킨 설문지 한 장이 던진 질문
※ 문화교실 부부 세미나 강연,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강연장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신혼부부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부부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세대가 모여 있었죠. 사실 '부부관계'라는 것은 매우 민감한 주제입니다. 자칫하면 서로의 서운함이 터져 나오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날 강연의 제목을 조금은 도발적으로 지어보았습니다. 바로 ‘부부탐험’이었습니다.
강연 전 입장하는 부부들에게 무기명 설문지를 나누어주고, 서로의 답변을 절대 상대에게 보여 주거나 상의하지 않도록 당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체크한 후 진행자가 이를 수거해서 통계 수치를 강연 중 저에게 건네도록 부탁하였습니다.
강연 말미에 남편들에게는 3번, 아내들에게는 마지막 문항에 동그라미를 친 사람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긍정적인 대답을 한 남성은 대략 다섯 중 한 명 정도였지만, 여성은 3%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질문은 아주 간결했습니다.
“당신은 배우자의 성감대를 아세요?”
(성감대란, 생리적 신경 구조와 심리적 작용이 결합된 의학적·생리학적 학술 용어입니다.)
그 '솔직함(?)'에 담긴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놀라운 수치였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담긴 의미를 일단은 아껴두었습니다. 그리고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 답에 관한 해석을 통해 강연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습니다. 물론 장내는 잠시 초토화되었죠. 하지만 강연이 끝난 후, 모든 참석자들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저는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질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예상외로 큽니다. 부부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하는 시간과 장소가 어딘가요? 답은 거기에 있겠죠. 부부에게 있어 의사소통의 질과 깊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한 부부생활이란 이 소통의 담장이 얼마나 서로에게 개방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대 슬롯에서 우리가 나누는 사랑은 때때로 본래의 의미를 잃고 변질되곤 합니다. '사랑'이라는 숭고한 이름 아래, 우리는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하고 내가 준 만큼만 돌려받기를 간절히 기대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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