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랭귀지 Photo Language

북리뷰

by구자룡

포토 랭귀지 Photo Language: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김용호 저 | 몽스북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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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싶은 한 문장>

"메시지가 없는 사진으로는 작가로 살아남을 수 없다."


<리뷰>

이 바카라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신선함이었다. 수많은 사진 관련 서적을 봤지만 이런 종류의 바카라은 처음이다. 이것은 사진 이론서도 아니고, 촬영 기법을 설명하는 교본도 아니다. 한 작가의 일생에 걸쳐 수행한 수많은 작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록하고 의미를 적어 놓은 것이다. 김용호 사진작가의 포트폴리오이자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석사 과정 은사님이 일본 유학을 갔을 때 충격을 받으셨던 순간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도서관에 그 은사님의 연구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연구물 중 어떤 것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모든 연구 결과물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놀라움과 충격을 받으셨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학문의 세계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바카라의 저자는 본인의 작업물을 스스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사진 세계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프로젝트의 결과물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 바카라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바카라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닿은 두 문장이 있다. 첫째, "메시지가 없는 사진으로는 작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진을 보는 사람이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것이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는 말이다. 둘째, "아무리 좋은 작품도 제대로 발표하지 않으면 사장되고 만다"는 말이다. 이 말은 나에게 통렬함으로 다가왔다. 아직 개인전을 하지 않았기에 나의 사진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작업은 했지만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제대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몸에 스민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의 작업 방식이 일관되게 '낯설게 하기'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풍경이나 물건을 생소하게 만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 브레히트가 말한 "모든 예술은 낯설게 하기"라는 명제가 저자의 창작 철학 전반에 내재되어 있다. 달처럼 늘 한쪽 면만 보게 되는 사물의 뒷모습이 궁금했다는 저자의 기질은 수중 촬영으로 표현된다. 다이빙 슈트를 입고 연못을 걸으며 물에 누워 하늘을 보는 순간, 저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알던 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을 만난다. 그것이 '피안'의 세계가 되고, 그 꿈같은 세상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작품의 '제시'에 관한 것이다. "사진이 단순히 기록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떤 프레임으로 어떻게 찍느냐'는 물론이고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전시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이는 촬영만큼 전시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6개월 동안 작업한 2만 컷 내외의 사진들 중 29점만 선별해 《브릴리언트 마스터피스-빛나는 시간에 관한 기록들》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었을 때의 결정과 노력이 여기에 담겨 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광고 작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담아내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무조건 순응하고 타협하는 태도는 창작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마찰을 피하기 위해 양보할수록 의외로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경험담은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창작자에게는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창작의 영역을 지키는 것과 타협하는 것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자신의 철학이 얼마나 명확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 역시 30년 동안 경영 및 브랜딩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컨설턴트의 양심을 버리고 타협할 것인지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수행하여 의도한 결과가 나왔을 때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이 바카라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가 또 다른 통찰력 있는 말을 건네준다. "작품의 설명은 그 자체로 충분하고,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작품이 후질수록 작가의 말이 길어진다." 이는 마케팅이 활개를 치는 현시대에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SNS에서 이미지를 남발하고 긴 설명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일상화된 지금, 작품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말이지만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 자꾸 말로 때우려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질바카라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창작이라는 저자의 명제도 깊이 있다. 다큐멘터리나 아카이브 작업도 단순한 기록으로만 접근할 수 있지만, 작가의 주관적인 철학이 포함된다면 그것은 창작의 영역에 속한다.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사진가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것이다. "사진가는 머리보다 때로는 몸을 먼저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거늘."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결과물들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무조건 정확하고 선명한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지 말고, 때로는 카메라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다." 이 말들은 이론과 기법 앞에 현장의 경험과 즉흥성을 중시하는 저자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 바카라을 읽고 나는 여러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내 사진에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는가?

내 작업들이 제대로 발표될 기회를 만들고 있는가?

창작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내 작품은 설명 없이도 스스로를 말할 만큼 완성도가 있는가?


나에게 포토 랭귀지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한 작가의 사유와 경험을 따라 나만의 창작 철학을 재정의하는 시간이었다. 김용호 작가를 어느 전시에서 처음 접하고 흥미를 느껴 이 바카라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작업 방식과 철학은 앞으로 내 사진 작업에 큰 나침반이 될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10. 메시지가 없는 사진으로는 작가로 살아남을 수 없다.


p.243. 사진이 단순히 기록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떤 프레임으로 어떻게 찍느냐'는 물론이고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전시하느냐'가 중요하다.


p.306. 달처럼 늘 한쪽 면만 보게 되는 사물의 뒷모습이 궁금했다.


p.308. 오랜만에 다이빙 슈트를 꺼내 입고 연밭에 들어갔다. 발이 푹푹 빠지는 펄을 걷다가 맘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물에 누워 하늘을 봤다. 그렇게 만난 풍경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상과 너무도 달랐다. 꿈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상상했다.


p.370. 6개월 동안 작업한 2만 컷에 가까운 사진들 중 29점의 작품을 선별해 《브릴리언트 마스터피스-빛나는 시간에 관한 기록들》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었다.


p.371. 광고 작업을 할 때 내 목표는 분명하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담아내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는 것. 무조건 순응하고 타협하는 태도는 창작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p.371. 아무리 좋은 작품도 제대로 발표하지 않으면 사장되고 만다.


p.382. 예기치 못한 결과물들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무조건 정확하고 선명한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지 말고, 때로는 카메라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다.


p.399. 작품의 설명은 그 자체로 충분하고,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작품이 후질수록 작가의 말이 길어진다.


p.402. 사진가는 머리보다 때로는 몸을 먼저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거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창작이다. 다큐멘터리나 아카이브 작업을 단순한 기록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데, 작가의 주관적인 철학이 포함된다면 그것은 창작의 영역에 속한다.


p.466. 일찍이 브레히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예술은 낯설게 하기라고. 익숙한 풍경이나 물건을 생소하게 만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말을 되뇌며 촬영을 준비했다.


p.534.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은 내가 소속된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문헌>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서헌강, 다산초당, 2026

정원의 황홀, 윤광준, 아트레이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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