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북리뷰

by구자룡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고궁에서 장인까지, 아주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 | 서헌강 저 | 다산초당 | 2026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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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싶은 한 문장>

“끊임없이 집중하며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다 보면 늘 새로운 방법이 튀어나온다.”


<리뷰>

이 바카라을 처음 펼쳤을 때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 이런 사진작가가 있었구나"라는 것이었다. 에세이를 이렇게 읽은 적이 별로 없다.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글과 사진의 조화로운 리듬이 마치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서헌강 사진작가는 자신을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 사진작가’라 칭한다. 하루아침에 얻은 타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이 바카라 속 여정을 따라가며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저자의 열정과 진심이 곳곳에 녹아 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3겹 까치구멍집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간 장소가 집수리 후 남은 자재들의 흔적으로 지저분했을 때, 보통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피해서 촬영했을 것이다. 나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먼저 몇 시간에 걸쳐 동행한 일행까지 땀을 뻘뻘 흘리게 하며 청소를 했다. 사진에 대한 진정성과 집착에 가까운 집념이 느껴진다.


일을 대하는 자세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론 나 역시 어떤 일에 집중해서 일했던 경험이 있지만, 저자의 그것은 다른 차원이다. 저자가 말하는 "끊임없이 집중하며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다 보면 늘 새로운 방법이 튀어나온다"는 명제는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대충 타협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타협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다. 날씨 예보를 점검하고 구름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기다림의 한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사유 방식에서 배운다. 우연은 결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사진작가는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수가 없다.


저자가 추구하는 사진의 철학도 명확하다. 단순히 '설명하는 사진’이 아니라 문화유산들이 지닌 매력적인 서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사진’을 원한다.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과거의 산물이지만, 그 사진은 미래를 향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시선 속에는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창의성이 담겨 있다.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이다"라는 말처럼, 결국 시선이란 삶의 경험과 감정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고유한 관점과 철학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무엇을 어디까지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나간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앵글의 한계를 느끼고, 완벽함보다는 의도가 더 중요함을 깨닫는다. 문화유산을 촬영할 때 사람들이 그 안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 되도록 만드는 것. 디테일에 숨은 화려함을 강조하거나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했을 생동감과 재미를 부각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 이것이 저자가 추구하는 사진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카라을 덮으며 느낀 것은 강한 자극이었다. 바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가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한 영역의 대표 사진가가 이렇게 멋질 수가 없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말하는 "나는 늘 내 삶에서 내가 다할 수 있는 소임, 도리, 인의란 무엇이지 곱씹어 본다. 그리고는 다시 물불가지리 않고 불나방처럼 현장으로 뛰어든다"는 마지막 문장이 계속 떠오른다.


이전에 저자의 사진전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바카라 속에서 마주한 사진들로도 충분히 감동했다. 앞으로 서헌강 작가의 사진전이 열린다면 꼭 가서 직접 프린트된 사진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카라의 지면이 아닌 전시 공간에서 그 사진들이 담은 문화유산의 시간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 현장에서 현장으로, 삶을 묻지 말고 살아내는 사진작가처럼.




<기억하고 싶은 문장>

p.69. 문화유산을 촬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사진을 본 사람들이 그 안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p.77. ‘무엇을 어디까지 이야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면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 앵글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그러니 카메라로 올곧게 만들어낸 장면이 항상 최선인 것만도 아니다. 그 장면에서 사진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표현되었는지가 중요하다.

p.87. 내게는 사전에 현장을 답사하거나 문화유산 자료를 공부하는 것 외에도 일기예보를 점검하고, 구름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기다림의 한 과정이다. 끊임없이 집중하며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다 보면 늘 새로운 방법이 튀어나온다.

p.92. 사진작가는 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내게도 우연은 결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p.158. 내 부족한 천재성을 보완하는 방법은 이런 광기에 가까운 집착밖에 없으니.

p.159. 나는 내 생각을 마음껏 펼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이 더 잘 맞았다. 내 안의 에너지가 하나의 목표에 온전히 집중되며 촬영 현장과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도 끊임없이 떠올랐다.

p.163. 사진은 대상 그 자체보다 그것에 깃든 시간의 흔적을 포착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p.175. 나는 단순히 '설명하는 사진’이 아니라 문화유산들이 지닌 매력적인 서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사진’을 찍고 싶다. 내가 찍은 대상은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과거의 산물이지만, 내 사진은 미래를 향한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p.229. 결국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이다. 그렇다면 '시선’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삶의 경험과 감정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고유한 관점과 철학이다. 시선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 본다.

p.239. 나는 문화유산의 고루하고 빛바랜 느낌만 전하고 싶지 않다. 디테일에 숨은 화려함을 강조하거나 때로는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했을 생동감과 재미를 부각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p.286. 나는 늘 내 삶에서 내가 다할 수 있는 소임, 도리, 인의란 무엇이지 곱씹어 본다. 그리고는 다시 물불가지리 않고 불나방처럼 현장으로 뛰어든다.




<함께 읽으면 좋은 문헌>

포토 랭귀지, 김용호, 몽스북, 2022

정원의 황홀, 윤광준, 아트레이크, 2024

괴테의 인생강의, 손관승, 황소자리,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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