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너머 느린 시간이 머무는 곳, 고양 휘우커피

경기도 고양시

by구자룡
좋은 카페는 커피의 맛보다 '머문 시간의 질'로 평가받는다.
휘우커피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소중한 간이역 같은 곳이었다.
나의 오늘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진다면, 잠시 교외선 철길 옆 노란 별장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도심의 속도를 벗어나 도달한 연노란빛 별장


우리는 흔히 여행을 '떠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속도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시속 5km의 걸음걸이 앞에서는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엔진이 내뿜는 열기에 숨이 가빠질 때쯤, 고양시의 어느 한적한 마을 길로 접어들었다.


번잡한 상가 건물을 지나 나무와 흙길이 섞인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 창문을 내리니 습하고 무거웠던 도심의 공기 대신, 갓 베어낸 풀내음과 젖은 흙의 향기가 섞인 가벼운 바람이 밀려왔다.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마치 동화 속 한 페이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연노란색 벽돌 건물을 마주했다. '휘우커피'. 초록이 짙게 내려앉은 숲을 병풍처럼 두르고 선 그곳은, 카페라기보다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려온 어느 정원사의 작은 별장 같았다.


입구에 세워진 하얀 간판에는 손글씨로 'CAFE HWIWOO'라고 적혀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거대한 간판 대신, 주변 풍경에 녹아들기를 선택한 그 소박함이 마음에 닿았다. 건물 주변을 감싼 자연스러운 정원은 누군가 자로 잰 듯 다듬은 것이 아니라, 계절이 흐르는 대로 제 자리를 찾아간 풀꽃들이 가득했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내 안의 시계태엽도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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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창문, 풍경을 액자로 박제하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높은 층고와 벽면을 가득 채운 아치형 창문들이었다. 보통의 창문이 밖을 내다보기 위한 통로라면, 휘우커피의 아치형 창문은 바깥 풍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액자였다. 나무 프레임으로 정성껏 테두리를 두른 창밖으로는 연둣빛 잎사귀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고, 그 너머로 평화로운 마을의 실루엣이 펼쳐졌다.


실내는 인위적인 장식보다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분위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둥근 조명들은 마치 밤하늘에 뜬 달처럼 따뜻한 빛을 내뿜었고, 벽돌 벽과 나무 가구들은 공간에 무게감을 더해주었다. 창가에 놓인 빈 의자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대장처럼 보였다. 나는 그중 가장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주문한 커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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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브랜딩을 전공한 경영학 박사로, 매그넘 사진가들이 진행한 매그넘 작가 워크숍을 통해 다큐멘터리 사진을 공부했다. 포토그래퍼. 로컬브랜딩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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