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감정은 왜 늘 나를 압도했을까

by온기작가

답장이 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늦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처음에는 기다렸다.
바쁠 수도 있겠지.

조금 있다가 오겠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별일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과 뭔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같이 올라왔다.

나는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혹시 불편했을 말이 있었는지, 괜히 지나쳤을 뉘앙스는 없었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불안은 명확해졌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바쁜 게 아니라, 답장을 하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나는 이미 익숙한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점점 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에 그 문장이 떠오르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

기다림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자리를 잡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관계는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다른 선택을 잘하지 못했다.

조금 더 기다리는 대신 마음을 먼저 접거나, 확인하려고 급하게 다가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비슷했다.

관계는 어색해졌고 나는 다시 혼자 남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결국 혼자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시작은 단순했다.

답장이 조금 늦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안에서는 그 일이 끝까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서운함에서 시작된 감정은 불안을 지나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 흐름은 낯설지 않았다.

나는 여러 번 같은 방식으로 흔들려왔다.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 아니라 느끼는 방식이 같았다.

그때의 나는 이게 왜 이렇게까지 커지는지 몰랐다.

그저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정을 줄이려고 했고 덜 느끼려고 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감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눌릴수록 다른 방식으로 올라왔다.

조금만 건드려지면 비슷한 크기로 비슷한 방향으로.

지금은 안다.

그 감정은 그날의 일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미 익숙해진 두려움이 그 일을 통해 다시 올라온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과거의 감정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감정이 나를 압도했던 이유는 내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그 감정이 지금보다 훨씬 오래된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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