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나는 왜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일까

by온기작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 안이 조용했다. 불이 꺼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어긋난 것 같은 공기가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기다렸다.

9시쯤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외삼촌에게 업혀 들어오셨다. 술에 취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몸이 굳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교회 앞에서 아버지는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신을 믿는 것을, 그 모든 것을 비난했다. 나는 무서워서 울기만 했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교회 앞 계단에 앉아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랑 이혼할 건데, 너는 누구랑 살 거야.

그 말이 어떻게 들렸는지 지금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그 순간 나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어느 쪽을 골라도 잘못된 것이 될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열세 살짜리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밤이었다.

그날 밤, 잠이 든 사이 아버지가 들어왔다.

나는 놀라서 부엌으로 갔다. 식칼을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그렇게 밤을 보냈다. 엄마는 오지 않았다. 오빠도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빠는 오후에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집을 나갔고, 엄마는 그 뒤를 따라 나갔다고 했다. 두 사람은 큰집에서 밤을 보냈다.

나는 혼자 있었다.

다음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한 집사님 댁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갔고,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처음으로 말했다. 전부 다. 말하면서 손이 떨렸는지, 목소리가 떨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말하는 내내 무언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한다.

엄마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미친놈.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오래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날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그날 아픔을 말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무서워도, 내가 혼자여도, 내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도, 도움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참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그 믿음은 오래 내 안에 남았다.

나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힘들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무언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먼저 혼자 감당하려고 했고,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스스로를 다그쳤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금방 억눌렀다. 말해봤자 달라지지 않는다는 감각이 이미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감각은 관계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해졌다. 누군가의 말투가 조금 달라지면 즉시 알아차렸고, 답장이 늦어지면 이미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표정 하나, 침묵 하나에도 오랫동안 마음이 걸렸다. 스스로도 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그 질문을 오랫동안 나 자신에 대한 비난처럼 사용했다. 내가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덜 예민했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성숙했더라면. 예민함은 결함처럼 느껴졌고, 그 결함을 교정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본다.

나는 오래전부터 혼자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해 왔던 사람이었다.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일찍 배웠고,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너무 어린 나이에 익혔다. 그러니 누군가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몸이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예민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혼자 살아남아온 사람의 감각에 더 가까웠다.

그날 밤 식칼을 들고 방문을 잠근 아이는 다음 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에 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오래도록 그렇게 살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은 것처럼.

혼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처럼.

나는 그 아이가 왜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이제는 조금 안다. 예민함은 그 아이가 타고난 결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도 오지 않았던 밤들을 견뎌온 방식이었다. 혼자서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법을 익혔다.

그 감각이 어른이 된 이후의 관계 안에서도 계속 살아있었다.

나는 현재를 살면서도 자주 그 밤으로 돌아가 반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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