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버려질까 봐 매달리고, 상처받기 싫어 밀어냈다

by온기작가

나는 관계 안에서 자주 같은 감정을 반복했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기보다 어딘가 조용히 불안해졌다.

처음에는 그게 불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예민해진 것 같았고,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정도라고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 감정은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점점 커지는 어떤 두려움에 가까웠다는 것을.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누군가의 답장이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지나면, 이유를 떠올려본다.
바쁠 수도 있고, 깜빡했을 수도 있고, 그날따라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이유들이 점점 힘을 잃는다.

대신 다른 생각이 올라온다.

혹시 내가 부담스러워졌을까.
혹시 내가 실수한 게 있었을까.
혹시 마음이 식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부터는 이미 다른 감정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감정이 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흔들릴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는 없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이 반응하는 속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는 쪽이었고 다른 하나는 먼저 물러나는 쪽이었다.

다가갈 때의 나는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괜찮은지 여전히 나를 좋아하는지, 조금 전의 다정함이 아직 남아 있는지.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내 행동은 점점 그쪽으로 기울었다.

조금 더 연락을 하고, 반응을 살피고, 관계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불안을 줄이기 위한 방식에 가까웠다.

반대로, 물러날 때의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다.

괜찮은 척을 하거나 연락을 줄이거나, 조금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

그때의 나는 종종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내가 먼저 물러나면 덜 아프지 않을까.

상대가 나를 밀어내기 전에 내가 먼저 멈추면 적어도 버려졌다는 느낌은 덜하지 않을까.

지금 돌아보면 그 두 가지 방식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버려지지 않으려는 방식.

나는 관계를 원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었고, 그 관계 안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까워질수록 더 불안해졌다.

마음이 깊어질수록 잃을 가능성도 같이 커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종종 생각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관계가 어려울까.
왜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들을 나는 이렇게 힘들게 느끼는 걸까.

나는 내가 더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덜 흔들리면 되는 문제라고 여겼고 더 단단해지면 해결될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쪽을 보게 되었다.

이 감정이 단순히 지금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지금의 일은 작은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항상 그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

그 차이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

어떤 감정들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다.

서운함은 금방 다른 감정으로 이어졌고 불안은 오래된 두려움을 끌어올렸으며,
작은 거리감은 관계 전체가 무너질 것 같은 감각으로 번졌다.

나는 늘 현재보다 더 큰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관계는 자주 복잡해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불안해졌고.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어느 순간 멀어지고 싶어졌다.

붙잡고 싶은 마음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같이 존재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시절의 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느꼈다.

나는 단순히 지금의 일 때문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지금의 상황은 계기였고 그 뒤에는 더 오래된 감정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자주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 정도 일에 이렇게까지 반응하는지, 감정이 한 번 올라오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관계 안에서 늘 긴장하고 있는지.

그 질문들은 대부분 나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관계를 잘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버려질까 봐 매달렸고, 상처받기 싫어서 밀어냈다.

그 두 가지는 모순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하나의 감정에서 시작된 행동이었다.

나는 관계를 원하면서도 관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3장.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가까워질수록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