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을 상상할 때, 나는 늘 어떤 장면을 그렸다.
환하게 웃는 날.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날.
드디어 다 나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
그런 날이 오면 알 것 같았다.
아, 이제 됐구나.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대신 어느 날 밥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
누가 물어봐서가 아니라.
먹고 싶어서 먹었다.
그뿐이었다.
아무도 몰랐다.
나도 그날은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게 달라진 것이었다는 것을.
일상이 전처럼 무겁지 않았다.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예전엔 너무 많은 힘이 필요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밥을 먹는 것, 씻는 것.
그 하나하나가 결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됐다.
결심하지 않아도.
그냥 하루가 흘렀다.
그것이 회복이었다.
외롭다는 것을 알아차린 날도 있었다.
문득 허전한 감각이 왔다.
예전이라면 그 감각이 오는 순간 누군가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 감각을 없애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그냥 앉아서 생각했다.
아, 지금 내가 외롭구나.
그것만 했다.
없애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찾지도 않았다.
외롭다는 것을 외롭다고 알아챘다.
그것이 전과 달랐다.
연락을 하려다 멈춘 날도 있었다.
흔들리는 마음이 올라오면 손이 먼저 움직였다.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확인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은 손을 내려놓았다.
지금 내가 흔들리는 거구나.
연락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는 거구나.
그것을 알아채고 멈췄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연락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나는 알았다.
그 멈춤이 작은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회복은 그런 것들이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밥을 먹은 것.
외롭다는 걸 알아챈 것.
연락을 하려다 멈춘 것.
아무도 박수 치지 않는 순간들.
그 순간들이 쌓였다.
지금도 흔들리는 날이 있다.
확인받고 싶은 날이 있다.
외로운 날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흔들리는 것과 무너지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회복은 끝난 사건이 아니었다.
매일 조금씩, 작은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밥을 먹었다.
먹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