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충동적인 선택 대신 멈춤을 연습하다

by온기작가

고통이 너무 크면, 사람은 그것을 어떻게든 없애려 한다.

나의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충동적으로 물건을 샀다.

옷을 샀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손에 쥐었다.

손에 쥐고 나면 잠깐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잠깐이 필요했다.


그리고 자해를 했다.

죽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마음이 너무 커서, 다른 감각으로 덮으려 했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다른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 시절 내 손목에는 흔적이 생겼다.

나는 시계로 가렸다.

여름에도. 반팔을 입어도 시계는 항상 찼다.

누가 볼까 봐서가 아니었다.

내가 보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시계를 벗은 채로 그 손목을 바라봤다.


이게 맞나.

그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었다.

충동이 올라올 때 "이게 맞나"를 물어본 것이.

늘 그냥 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였다.

그런데 그날은 딱 한 번 물었다.

이게 맞나.

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틀렸다는 확신도 그 순간엔 없었다.

다만 질문이 생겼다.

그것만으로 달랐다.

충동은 질문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냥 온다.

감정이 커지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래서 나중에야 "왜 그랬지"를 묻게 된다.

그 순간엔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멈춤은 그 틈을 만드는 일이었다.

처음엔 아주 작은 틈이었다.

"이게 맞나"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몸보다 조금 앞서는 것.

항상 성공한 건 아니었다.

충동이 질문보다 빠른 날이 더 많았다.

그래도 한 번 물어봤다는 것이 남았다.

다음번엔 조금 더 일찍 물을 수 있었다.

충동구매는 지금도 종종 온다.

감정이 흔들릴 때, 뭔가를 손에 쥐고 싶어지는 그 감각은 여전히 있다.

완전히 사라진 척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제는 그 충동이 올라올 때 조금 더 빨리 안다.

물건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지금 마음이 힘든 거구나.

알아챈다고 항상 멈춰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가 먼저 나를 보는 것.

그것이 달랐다.


지금은 내가 소중하다.

이 말이 가능해진 것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었다.

시계로 손목을 가리면서 "이게 맞나"를 물었던 날부터, 조금씩이었다.

그 질문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나는 고통을 없애고 싶었던 것이지, 나를 없애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차이를 아는 데 오래 걸렸다.

시계로 가렸던 그 손목도,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사던 그 손도.

그것이 살아남으려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틀린 방식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밖에 몰랐다.

멈춤을 배운다는 것은 그때의 나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지킬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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