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고, 선생님을 만나고, 나를 조금씩 이해해가면서.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전보다 덜 흔들리는 것 같았다.
전보다 나를 덜 탓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대했다.
이제 좀 괜찮아지는 건가.
이제 좀 다른 사람이 되는 건가.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별것 아닌 말을 했다.
위로하려는 말이었을 것이다.
나를 걱정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들어오는 순간, 뭔가 끓어올랐다.
뭘 안다고. 나불거리지 마.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이 안에서 올라왔다.
비뚤어진 마음이었다.
나도 알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러고 있는 내가 낯설고 창피했다.
나는 아직도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 시기에 나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주변에 연락을 돌렸다.
그런데 반갑게 연락한 게 아니었다.
심드렁하게. 괜히 뾰족하게.
시비를 거는 것처럼.
왜 그랬는지 그때는 몰랐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됐다.
그런데 그 안에 있었던 것은, 아주 단순한 질문이었다.
그래도 내 옆에 있어줄 거지?
이렇게 뾰족하게 굴어도. 이렇게 비뚤어져도. 이렇게 볼품없어도.
그래도 떠나지 않을 거지?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로 묻지 못하니까, 행동으로 시험했던 것이다.
동시에 원했던 것이 있었다.
나의 아픔을 알아줬으면 했다.
공감해줬으면 했다.
잡아줬으면 했다.
나는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아팠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이었다.
나아지고 있으면 더 이상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직 아프다는 것은 아직 못 나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프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몸은 알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환자였다.
조금 나아진 환자였지만, 아직 아픈 사람이었다.
그것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했다.
좋아지고 있어서 대견한 게 아니라, 아직 아파도 괜찮다고.
아직 이 자리에 있어도 된다고.
회복은 일직선이 아니었다.
나아졌다고 느낀 다음 날 무너지기도 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흔들리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감정이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배신감이 왔다.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줄 알았는데.
그 배신감이 때로는 아픔 자체보다 더 아팠다.
기대가 컸던 만큼, 다시 무너졌을 때의 낙차도 컸다.
조금 나아졌다는 것이, 다 나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배우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나아지는 중에도 흔들릴 수 있었다.
회복하는 중에도 뾰족해질 수 있었다.
그것이 후퇴가 아니라, 그냥 회복의 일부였다는 것을.
뾰족하게 굴면서 연락을 돌렸던 그 시기를 지금 떠올리면, 참 애썼다고 생각한다.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행동으로 묻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내 옆에 있어줄 거지, 라고.
그것도 살아남으려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