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처음으로 나를 비난하지 않고 바라보다

by온기작가

나는 나에게 가장 가혹한 사람이었다.

무언가 잘못되면 가장 먼저 나를 탓했다.

왜 또 그랬지.

왜 이것도 못 하지.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힘들다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했다.

힘들면 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더 잘 버텨야 한다고, 끊임없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더 힘들어졌다.

힘든 것도 힘든데, 힘들어하는 나를 또 비난하는 것이 더해졌으니까.

2주에 한 번씩 선생님을 만났다.

약도 먹고 있었다.

그날도 나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왜 계속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요.

언제쯤 괜찮아지는 걸까요.

말 속에는 질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바카라이 섞여 있었다.

이 정도면 이제 괜찮아야 하지 않나.

왜 나는 아직도 이러고 있나.

선생님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소영씨, 그 상황이 힘든 게 당연해요.

나라면 못 버텼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못 버텼을 거라고.

그전까지 나는 내 힘듦을 설명할 때마다, 어딘가 변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힘들었어요, 라고 말하면, 그 정도가 힘든 이유가 되냐는 시선이 돌아올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런 시선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내 안에 그 시선이 있었다.

나 스스로가 내 힘듦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말했다.

당연하다고.

자신이라면 못 버텼을 거라고.

그 말이 처음으로 내 힘듦을 있는 그대로 두었다.

줄이지 않고.

과장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그랬을 거라고.

그날 이후로 조금씩 달라졌다.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탓하는 날이 있었다.

여전히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된다고 느끼는 날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가끔 돌아왔다.

나라면 못 버텼어요.

그 말이 돌아올 때, 나는 잠깐 멈출 수 있었다.

그래, 나는 힘든 시간을 살아왔다.

그럴 만했다.

이렇게 된 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

비난 대신 그 말을 나에게 건네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나를 다독이는 것이 낯설었다.

오히려 불편하기도 했다.

자바카라이 익숙한 자리에, 다른 것이 들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를 비난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이, 나를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잘못 아래에 있는 사람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조금 더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아이는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그냥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을 혼자 들고 있었던 아이였다.

그것을 알게 된 날,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조금 미안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향한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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