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애착의 상처는 관계 속에서 되살아났다

by온기작가

나는 남자친구에게는 냉정했다.

매달리지 않았다.

연락이 늦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먼저 연락하는 일도 드물었다.

거리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여자친구들에게는 달랐다.

유대감을 원했다.

매일 연락하고 싶었다.

가까워질수록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것 같으면, 무언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나는 이 차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여자친구들과 더 잘 맞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친한 친구가 며칠 연락이 뜸했던 적이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냥 바빴을 것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달랐다.

첫째 날,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둘째 날,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돌아봤다.

셋째 날, 확신이 생겼다.

이 친구가 나를 싫어하게 된 거구나.

아무 근거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다시 읽어봤다.

문제가 될 만한 말이 있었나.

내가 실수한 게 있었나.

혹시 내가 너무 많이 연락했던 건 아닐까.

너무 적게 연락했던 건 아닐까.

찾으면 찾을수록 의심은 커졌다.

결국 나는 없는 잘못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잘못으로 나 자신을 오래 탓했다.

친구는 며칠 뒤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해왔다.

바빴어, 라고 했다.

정말로 그냥 바빴던 것이었다.

나만 혼자 그 며칠을 길고 긴 시간으로 살았던 것이다.

나중에서야 이 패턴을 이해하게 되었다.

남자친구에게 냉정했던 것.

여자친구에게 집착했던 것.

이 둘은 같은 뿌리에서 온 것이었다.

아빠는 두려운 사람이었다.

가까이 있으면 안전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와 닮은 사람들에게 거리를 뒀다. 거리가 보호막이었다.

엄마는 사라지는 사람이었다.

예고 없이 없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닮은 사람들에게 매달렸다.

떠나지 말아달라고.

제발 여기 있어달라고.

나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냥 이 친구가 좋아서, 이 관계가 소중해서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훨씬 오래된 두려움이 있었다.

또 사라지면 어떡하지.

이번에도 내가 충분하지 않아서 떠나는 건 아닐까.

애착의 상처는 그런 식으로 되살아났다.

극적인 순간에 오는 게 아니었다.

며칠 연락이 없는 것.

단체 대화방에서 나만 빠진 것 같은 느낌.

함께 있는데 나를 충분히 보지 않는 것 같은 순간.

그런 작은 틈새에서 왔다.

그 틈새가 나에게는 틈새가 아니었다.

그 안으로 오래된 공포가 쏟아져 들어왔다.

초등학교 3학년의 내가, 중학교 2학년의 내가, 그 순간마다 다시 깨어났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친구가 연락이 없을 때, 지금 이 느낌이 현재의 일인지, 아니면 오래된 두려움이 덮쳐오는 것인지 구별하려는 연습을 시작했다.

언제나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자바카라이 시작된 뒤에야 알아채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조금씩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나는 지금 그냥 두려운 건지.

그 질문 하나가, 나를 조금씩 현재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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