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들과 드레스 코드 맞추고 다녀온 친지 결혼식

조카 결혼식에서 만난 친척들과 인사 나누고, 손자들을 소개하는 귀한 자리

by유미래

8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조카 결혼식이 있었다. 친정은 삼 남매로 내가 맏딸이고 남동생이 둘이다. 막내 남동생은 1남 2녀를 두었는데 막내딸이 이번에 결혼하였다. 아들만 둘인 나는 아들 어릴 때 늘 옷가게에 걸려있는 공주 원피스와 머리 방울, 머리핀 등을 볼 때마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오래 머물렀다.

다행인지 남동생 둘은 딸을 낳아서 우리 아들들에게 입히지 못하는 원피스를 사서 조카들에게 입힐 수 있었다. 여자 조카 네 명 중에서 이번에 결혼한 조카는 방학 때마다 우리 집에 데려와서 돌봐주곤 하였다. 원피스도 사주고 예쁜 머리핀과 머리 묶는 방울을 사다가 머리도 예쁘게 빗겨 주었다. 조카도 고모인 나를 엄마처럼 따랐다.

아직 어리게 느껴지는 조카 결혼 소식이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딸 같은 조카이기 때문이다. 작은아들과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결혼식에 가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있는 친지 결혼식이었다. 오랜만에 친지들을 만날 것 같아서 입고 갈 옷도 신경 써서 챙겨두었다.


쌍둥이 손자와 드레스 코드를 맞추었다


결혼식에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가려고 며칠 전부터 준비했었다. 결혼식에 가려고 우리 집에 온 쌍둥이 손자를 보니 베이지색 반바지에 흰색 셔츠를 입었다. 갑자기 손자들과 드레스 코드를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원피스를 포기하고 베이지색 원피스를 꺼냈다. 남편에게도 네이비색 말고 베이지색 양복을 입으라고 부탁했다. 쌍둥이 손자와 나란히 서보니 멋져 보였다.


결혼식에 함께 가는 손자들


결혼식장이 서울 강남이어서 막힐 것을 생각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쌍둥이 손자들을 데리고 결혼식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작은아들도 신경 쓰였는지 손자들에게 결혼식장에서 어른들 만나면 약속할 것이 있다며 손자들에게 일렀다.


"지우 연우, 결혼식장에서 어른들 만나면 인사 잘해야 해. 약속할 수 있지?"


"할머니, 오늘 누구 결혼식이에요?"

"고모 결혼식인데 할머니 남동생의 딸이야. 아빠 사촌 여동생인데 지우 연우는 고모라고 부르면 된단다."

"알겠어요."


친척 관계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손자들이지만, 고모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친지에게 손자들을 인사시킬 생각에 조금 설레었다


차 안에서 발생한 긴박한 상황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 집에서 서울 강남에 가려면 올림픽 대로로 가야 한다. 중간쯤 갔는데 지우가 소변이 마렵다고 한다.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점심으로 사리곰탕면을 먹으면서 물을 많이 마시더니 소변이 마려웠나 보다.

올림픽 도로라서 차를 정차할 수 없었다. 참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조금 참아보겠다고 하더니 조금 더 가서 소변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긴급 상황이었다. 차 안에 휴대용 소변기 없냐고 물어보니 아들이 생각하더니 차 트렁크에 있을 거라고 했다. 혹시 갓길이 있으면 차를 세워보라고 했다.

아들 어릴 때는 먼 거리 이동할 때 1L 우유팩을 말려서 가지고 다녔었다. 요즘은 휴대용 소변기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차 안에 두었으면 문제없는데 차 트렁크에 있으니 차를 정차해야만 했다. 모두 긴장하면서 갓길 나오길 기다렸는데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소변을 누이는데 진땀이 다 났다. 다행히 손자가 잘 참아주어서 소변기에 소변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난리도 없었다. 아들에게 다음부터는 휴대용 소변기를 차 안에 꼭 두라고 일렀다.


약속을 지킨 손자들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신부 대기실로 가서 혼주인 남동생 부부와 신부인 조카를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처음 만난 고모에게 쌍둥이 손자도 인사하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큰 남동생 부부도 오고 고종사촌 언니 부부, 외사촌 동생, 조카 등 오랜만에 친지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요즘 경조사가 아니면 친지를 만나는 일이 어렵다. 쌍둥이 손자도 아빠와 약속한 것처럼 인사도 잘했다. 고종사촌 언니가 손자들을 보더니 "너희가 할머니 바카라에 나오는 주인공이구나. 많이 컸네."라며 아는 척을 해주었더니 손자들이 쑥스러운지 내 손을 꼭 잡았다.


결혼식장은 꽃 장식도 화려하지 않았고 소박해서 마음에 들었다. 대신 연회장이 커서 식사하는데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보통 결혼식장에 가면 혼주에게 인사하고 식은 안 보고 식사부터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시설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결혼식에 가보면 절차 등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결혼식마다 특징이 있어서 늘 기대된다. 조카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는데 특별한 것이 신부 오랜 친구가 축사를 해주고, 신부 친구가 축가를 불러 주어 부모님이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우리 아들들 결혼식 때 축사하는 남편을 대신해서 축사 원고 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났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슬롯자의 역할이 크다. 오늘 결혼식은 슬롯자가 진행을 잘해서 화기애애한 결혼식이 되었다.


손자들과 드레스 코드를 맞추었다(제미나이가 사진을 수채화풍으로 그려줌).


쌍둥이 손자가 고모 결혼식에 참석하여 친척 어른들을 많이 만났다. 친지들 기념 촬영할 때도 함께 찍었다. 모두 언제 이리 컸냐며 귀여워해주셨다. 손자들도 처음 만나는 어른들께 인사를 잘해서 기특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경조사에 가면 신경 쓰일 일이 많지만, 친척들을 만나는 귀한 자리라서 앞으로 기회가 오면 데리고 다니려고 한다. 오늘 결혼한 조카가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니 행복하게 가정생활 엮어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