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넘은 남편의 건강검진, 두 손 모아 기도한 이유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 수면 대장내시경이 불안한 아내 마음

by유미래

올해는 짝수 연도에 태어난 사람들이 2년에 한 번씩 국가 건강검진을 받는 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주민등록상 짝수 연도 생이라 올해 국가 건강검진 대상이다. 남편이 70세가 넘다 보니 건강검진받을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신경 쓰였다. 2년 전에 건강검진받을 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위와 대장 내시경을 받지 못해서 올해는 꼭 받아야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큰 병원이 있지만, 친정엄마가 그 병원에서 돌아가신 이후에 그 병원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2023년 2월에 86세였던 친정엄마가 폐렴 증상으로 입원하셨었는데 수면으로 기관지 내시경을 받다가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셨다. 복도에 울려 퍼지던 "코드블루! 코드블루!" 하던 방송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그 이후로 수면 내시경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2년 전에 정기 건강 검진받을 때는 내시경을 받지 못했다. 친정엄마가 떠나신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남편이 70세가 넘다 보니 올해는 위와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대장내시경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았다.


70세가 넘으니 검진받을 병원 찾기도 어렵다


6월부터 건강 검진할 병원을 알아보았다. 거리가 먼 병원은 오고 가는 것이 불편해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부터 알아보았다. 우선 건강검진만 하는 건강검진센터에 전화해 보았는데 70세가 넘었다고 하니 응급실이 있는 병원에서 하는 것이 좋다며 본원에 예약하라고 했다. 본원은 꽤 멀어서 포기하고 다른 대학 병원에도 알아보았다.


"건강검진 예약하려고 합니다. 일흔둘인데 대장내시경 수면으로 가능한가요?"

"우리 병원에서는 70세가 넘으신 분은 수면 대장 내시경을 해드리지 않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 병원이고 지하철로도 가능한 곳인데 정말 아쉬웠다. 남편은 그동안 내시경을 수면으로만 했기에 그냥 받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언젠가 모임에 갔을 때 75세 되신 선생님이 일흔 살이 넘으면 수면 대장 내시경도 잘 안 해준다며 "이젠 대장내시경 안 받아요." 하던 말씀이 생각났다. 선생님도 우리처럼 여러 병원에 문의해 보며 불편한 마음이 드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여러 병원에 전화해서 알아보다가 4년 전에 건강 검진받았던 병원에 전화해 보았다. 집에서 조금 멀어서 집 가까운 병원을 알아보느라 가장 나중에 전화하게 되었다. 먼저 병원에 내원하여 의사 선생님과 상담한 후에 검사 예약일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4년 전에 건강 검진받을 때도 복잡하지 않았고, 대장 용종(폴립)을 떼었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어서 거리가 조금 멀어도 그 병원에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방문한 병원 검진센터


6월 말에 남편과 인천 S병원을 방문했는데 4년 전에 위•대장내시경을 해 주셨던 의사 선생님이라서 반가웠다. 검사받았던 자료도 남아있어서 상담을 통해 7월 28일에 건강검진을 하기로 하였다. 남편은 기본 검진과 위•대장내시경까지 하기로 했고, 나는 기본 검진만 먼저 하고 요즘 치아 임플란트 시술 중이라서 내시경은 치아 치료가 끝나면 하기로 했다. 내시경은 10월 말로 예약했다.


검사받는 남편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검사 당일 남편은 새벽부터 대장내시경을 위해 약과 물을 마시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검사 시간이 오후라서 새벽부터 물약을 먹어야 했다. 대장내시경의 힘든 점은 검사 전에 약과 물을 마시며 장을 비우는 거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 알약에 대해서도 여쭈어보았는데 알약은 오히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는 말씀에 물약으로 받아왔다.


수면 내시경 하는 날은 보호자가 꼭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보호자로 가는 김에 일반 검진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예약했기에 나도 아침부터 금식하였다. 병원에 도착해서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시력, 청력, 혈압, 피검사, 소변검사, X-ray 촬영 등 기본 검진을 하였다. 이번에 일반 검진에 추가된 것이 있었다. 만 66세 여성은 국가 건강검진에 골밀도 검사가 추가된다.


모임에 나가면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친구들이 종종 있는데 골다공증(골밀도) 검사를 꼭 받아보라고 했다. 받아야지 하면서도 아직 받지 않았는데 이번에 받게 되었다. 골밀도 수치에 따라서 주사를 맞거나 약물 치료받는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늘 귀가 쫑긋했었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시력이 떨어져서 이제부터 시력 보호를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골밀도 검사 결과도 궁금했다. 아직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기 전인데 골밀도 검사도 정상이길 바란다.


AI 생성 이미지


일반 검진을 끝내고 남편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내시경을 하러 들어갔다. 남편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자꾸 가슴이 두근거렸다. 남편이 들어가고 한참 후에 대기실 모니터 화면 '검사 중'에 남편 이름이 뜨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 받는 수면 내시경 검사라 마음이 불안해서 기도를 멈출 수 없었다. 용종을 제거하는지 검사 시간이 꽤 길어졌다.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시간이 꽤 지나고 '회복 중'에 남편 이름이 떴다. 내시경이 잘 끝난 것 같아 조금 안심되었다. 그래도 기도는 멈출 수 없었다. 30분 이상 기다린 후에 OOO 보호자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걸어 나오는 남편을 보니 그제야 안심되어 마음이 놓였다. 남편은 용종 네 개를 떼고 조직 검사까지 들어갔다고 했다. 검사 결과도 별일 없기를 빌었다. 오후 검사라서 검사가 끝나고 집에 오니 거의 오후 다섯 시가 되었다. 남편도 나도 온종일 굶어서 시장기가 느껴졌다. 가볍게 저녁 식사하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주일 후에 남편은 추가로 간 초음파를 받고 내시경 검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위도 깨끗하고 떼어낸 용종 네 개도 조직 검사를 의뢰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간 초음파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마음 졸였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받은 일반 검진 결과지는 아직 받지 못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늘 트라우마로 남았던 수면 마취였는데 남편이 검사를 무사히 받으면서 트라우마를 조금은 이길 수 있게 되었다. 10월에 내가 받을 수면 내시경도 별일 없이 잘 될 거라고 믿는다. 이제부터 남편과 음식도 신경 쓰고,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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