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2호선 전 구간 갔다오기' 손자의 소원 들어준 날

꽃 좋아하는 손자와 종점에서 만난 행운...오길 잘했습니다

by유미래

지난 금요일 저녁, 2주 만에 쌍둥이 손자가 왔다.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손자들도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매주 오진 못한다. 2주 만에 보니 키가 많이 큰 것처럼 느껴졌다. 늘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묻지만, 만나니 더 반가웠다.


쌍둥이 손자 침대 위 겨울 온열 텐트와 여름 모기장


할아버지가 손자들 오기 전에 침대 위에 친 온열 텐트를 거둬내고 모기장으로 바꾸었다. 집에 모기가 많아서는 아니고 잘 때 좀 더 아늑한 느낌이 들어 잘 자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말에 손자들이 집에 오면 늘 내가 가운데서 자고 양쪽에 손자들이 자는데 나도 사방이 뚫려 있는 침대보다는 이게 아늑하게 느껴져서 잠이 잘 온다.


바닥에도 냉감 패드를 깔아주어 시원하게 해 주었고, 에어컨 청소도 하여 더우면 에어컨을 틀어 주면 된다. 쌍둥이 손자 방은 여름 나기 준비가 완벽하게 되었다. 이제 열대야가 몰려와도 걱정 없다. 집에 온 손자들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하고 놀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지우 연우, 내일 뭐 하고 놀까?"

"할머니가 세 가지 말해보세요."

"1번은 도서관 가서 바카라 읽는 것, 2번은 드림 파크에 장미꽃 보러 가는 것, 3번은 집에서 할머니와 전통 놀이 하는 것인데 몇 번이 좋아?"


"할머니, 이건 어때요?"

"다른 좋은 생각 있는 거야?"

"인천 2호선 타고 검단오류역에서 운연역까지 전 구간 갔다 오는 거요."

"지우 연우, 지하철 타고 싶구나."

"네. 할머니도 인천 2호선 타는 걸로 약속해 주세요."


이렇게 손자들과 토요일에 인천 2호선을 타고 전 구간을 다녀오기로 약속했다. 손자들이 요즘 지하철 노선도에 관심이 있어서 인천 1호선, 2호선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거의 외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도시에도 관심이 있어서 아빠와 전국 투어 하는 것이 꿈이란다. 작년부터 시작된 전국 투어로 경기도에 있는 도시부터 다니고 있는데 벌써 꽤 많은 경기도 도시를 다녀왔다.

지난주에는 여주에 다녀왔다. 투어 방식은 아직 어려서(초등학교 2학년) 승용차로 도시에 있는 지하철역까지 가서 주차하고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갔다 온다. 역이름이 나오게 인증사진을 찍고 다시 처음 역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지난주에는 여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종대왕릉역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지하철을 탄 다음에는 그 도시의 맛집에서 점심 먹고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놀이공원이나 관람할 수 있는 곳에 들려서 놀다가 집에 온다. 여주에서는 루덴시아 테마파크에 다녀왔다고 했다. 손자들이 다음에는 경기도 광주에 갈 차례라며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만난 따뜻한 어르신들


인천 2호선은 2016년에 개통된 경전철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 운행으로 운전실이 없다. 두 량으로 개통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나도 전 구간을 타보진 못했다. 가장 멀리 간 것은 매주 송암점자도서관에 봉사활동 갈 때 내리는 시민공원역이다. 나도 마지막 역인 운연역까지 가 보고 싶었다.


어린이용 지하철표


토요일 아침에 쌍둥이 손자와 아침 먹고 간단하게 물과 과자 한 봉지를 챙겨서 작은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연우 먹일 우유를 하나 가져갈 걸 후회했다. 집 앞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어린이용 기차표를 끊었다. 무인 발급기인데 처음 끊어보는 거라서 몇 번 실패하고 두 장을 끊어서 손자들에게 하나씩 주었다. 손자들이 꼭 마지막 역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해서 집에서 거꾸로 종착역인 검단 오류역까지 갔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운연역으로 출발했다.

무인 운행으로 기차 뒷쪽에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다.


토요일이라서 손님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세 명이 자리에 앉았는데 가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타셨다. 연우는 내 무릎에 앉히고 지우는 서서 바깥을 내다본다며 자리를 양보했다. 옆에 앉으신 어르신이 요즘 지하철에서 아이들 보기 어려운데 예쁘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나이 드니 처음 만나는 사람신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쌍둥이라서 키우기 힘드셨겠어요. 우리 집에도 쌍둥이 손자가 있는데 키워놓으면 좋아요."

"아기 땐 정말 힘들었는데 조금 커서 요즘 제가 혼자서도 데리고 다닙니다."


"우리 손주는 이란성쌍둥이인데 한 명은 아빠 닮고, 한 명은 엄마 닮았어요. 쌍둥이만 보면 예쁘네요."

"저도 쌍둥이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됩니다."


옆에 앉으신 어르신이 지우가 서 있으니 자리를 넓혀서 앉으라고 하시더니 나중에는 무릎에 앉히고 가셨다. 어르신들과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니 옆 자리에 앉으셨던 두 분이 내리셨다. 아이들이 움직이고 말도 많이 해서 불편하셨을 텐데 말도 걸어주시고 예쁘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손자들도 어르신들께 자리 양보하는 것도 배우고 지하철에서 지켜야 할 예의도 배웠다. 검단오류역에서 운연역까지는 27개 역으로 역이름도 확인하며 최종 역인 운연역에 잘 도착했다.


인천 지하철 2호선 노선도


꽃 좋아하는 손자와 우연히 마주친 행운


드디어 종착역인 운연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이 인천 공원역에서 내리고 운연역에서는 몇 분 내리지 않았다. 운연역에서 내려서 표를 찍고 나왔다. 손자가 환급기에 표를 올려놓으면 500원이 환급된다며 환급기 앞으로 갔다. 나는 어린이 표를 처음 사용해서 몰랐는데 손자들은 아빠랑 지하철 여행 다니며 해 보아서 내가 배웠다. 표를 환급기에 올려놓으니 정말 500원짜리가 나왔다. 보증금이었다.

손자들이 배가 고픈 것 같아서 먹을 곳이 있는지 살피려고 역 바깥으로 나오니 작은 공원이 있었다. 운연 어린이공원이었다. 연우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큰 소리로 말하며 뛰어갔다.


"할머니, 쇠채아재비예요."

"할머니는 처음 보는 건데 연우는 어떻게 이름 알았어?"

"유튜브에서 보았어요. 꽃도 민들레처럼 노란색이에요."


쇠채아재비

꽃 좋아하는 연우에게 이젠 할머니가 배운다. 꼭 민들레 홀씨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무척 컸다. 연우도 신기한지 앞에 가서 홀씨를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이렇게 귀한 식물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공원 여기저기에 솜사탕 같은 쇠채아재비 홀씨가 있어서 손자들이 홀씨도 날리며 즐거워했다.


날씨도 덥고 배가 고플 것 같아 혹시 밥 먹을 곳이 있는지 공원을 지나 좀 더 가봤지만, 과수원만 보이고 상가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공원 정자에서 가지고 간 물과 과자 한 봉지를 먹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하였다.


어린이 표를 끊어서 지하철을 탔다. 올 때는 몇 번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끊었다. 역시 무슨 일이든 경험이 중요하다. 올 때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웠기에 에어컨 바람이 안 나오는 곳으로 앉았다. 종점에서 탔기에 이번에는 손자 둘 다 자리에 앉혔다. 집에 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리기에 혹시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짜증도 부리지 않고 역 이름 확인하며 잘 앉아있었다. 이런 손자들이 참 대견했다. 많이 큰 것 같다.


아파트 앞에 있는 역에서 내려서 둘 다 좋아하는 돈가스집으로 갔다. 쌍둥이인데 식성이 달라서 지우는 어묵 우동을, 연우는 등심 돈가스, 나는 안심 돈가스를 시켰다. 모두 배고파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손자들이 원해서 지하철을 타고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손자들이 다음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도 타보고 싶다고 한다. 인천 1호선은 중간에 환승해야 하기에 조금 복잡하겠지만, 오늘처럼 잘 걷고 지하철에서도 잘 앉아가면 갈 수 있겠다. 손자들이 좋아하는 일인데 이 정도 소원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할머니는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다음에 지하철 투어할 때는 간식도 꼼꼼하게 챙겨서 가야겠다. 오늘도 손자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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