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도 잡고 킥보드 타며 노는 손자들, 힘들어도 즐거운 할머니
6월 28일 일요일이 예순일곱 번째 내 생일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주말 육아하는 쌍둥이 손자를 데려왔다. 아들이 팀장으로 승진하더니 주말에도 바빠서 주말 쌍둥이 손자 육아는 계속되고 있다.
엄마 생일이라고 큰아들과 며느리가 다섯 살 손자를 데리고 온다고 해서 토요일에 쌍둥이 손자가 동생 준우가 오길 기다렸다. 나도 오랜만에 오는 준우가 기다려졌다. 더워서 저녁에 음식점에 예약해서 식사할까 하다가 어린 손자 세 명을 데리고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집에서 간단하게 차려서 먹기로 했다.
더워서 미역국은 생략하고 아껴두었던 재작년에 담근 묵은지 두 포기가 있어서 돼지고기 목살을 사서 돼지고기 묵은지 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묵은지 찜은 모두 잘 먹는 음식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요리이다.
오이지를 담갔기에 오이지무침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손자들에게 먹일 불고기도 재워 두었고 시금치나물도 만들었다. 요즘 애호박이 싸서 세 개를 사 왔다. 토요일 아침에 애호박 전을 만들었다. 며칠 전에 담근 양파장아찌와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도 있으니 이 정도면 저녁 한 끼로 훌륭하다.
더운데 킥보드 타러 가자는 손자들
사촌동생 준우를 기다리던 쌍둥이 손자가 지루한지 킥보드를 타러 가자고 한다. 지난주는 비가 와서 조금 선선하더니 주말에 찜통더위가 찾아왔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가 동남아 날씨를 닮아간다. 더운 날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제법 시원하고, 뙤약볕은 무척 더워서 양산 없이 다니긴 어렵다.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어 시원해서 손자들이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할머니, 준우 언제 와요?"
"점심때 올 것 같은데 준우 보고 싶니?"
"네, 빨리 오면 좋겠어요."
"할머니, 킥보드 타고 싶어요."
"날씨가 더워서 땀이 날 텐데……."
"괜찮아요. 더우면 물 마시면 되지요. "
'그래, 손자들이 킥보드 타며 놀고 싶다는데 더워도 나가야지.' 생각하며 물통과 손수건을 챙겨서 나갔다. 평소에는 킥보드를 가져오지 않는데 이번 주는 할머니 집에 가서 탄다며 올 때 챙겨 왔다. 우리 아파트는 평지가 아니고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언덕이 많아서 킥보드 타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킥보드를 탈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차도에서 타야 한다. 손주들에게 차가 오면 옆에서 멈춰 서서 기다리기로 하는 등 안전 교육을 시키고 킥보드를 가지고 나갔다.
손주들이 킥보드를 타러 가자고 한 것은 킥보드를 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러브버그를 잡으려는 속마음도 있다. 나는 러브버그를 보면 피하게 되는데 손자들은 잡아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신기한 듯 관찰한다. 러브버그가 익충이라고는 하지만 벌레라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파트 벽에 러브버그와 미국흰불나방 애벌레(유충)가 꽤 많이 붙어있었다. 작년에는 러브버그는 7월에,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는 8월 말에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같은 시기에 볼 수 있어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함을 느낀다. 손자들이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쌍둥이 아빠도 어릴 때 벌레를 손으로 잡아서 가지고 놀더니 부전자전 같다.
손자들에게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는 절대로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만지면 알레르기 등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다. 러브버그도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손자들이 익충이라 괜찮다며 잡아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신기한 듯 살핀다. 벌레 두 마리가 붙어있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러브버그도 벌레라서 만지면 안 좋을 것 같은데……."
"할머니, 러브버그는 익충이라서 만져도 괜찮아요."
"러브버그가 왜 예뻐?"
"두 마리가 붙어있는 것이 신기해서요."
러브버그의 공식 명칭은 '붉은 등우단털파리'로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는 익충이다. 러브버그가 주로 사는 산 주변이 개발되고 그로 인한 도시 열섬현상(도시의 기온이 주변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주로 인구와 건물이 밀집된 도심 지역에서 발생한다.)으로 급격히 상승된 기온 등 다양한 이유로 최근 러브버그들이 도시 주변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아파트 주변도 신도시 개발로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브버그가 많은 이유 같다.
그래도 많이 만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러브버그를 잡으며 놀던 손자들을 달래서 물티슈로 손을 닦아주고 킥보드를 타러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약간 경사가 있는 도로에서 킥보드를 탔다. 네 살 정도부터 탄 것 같은데 킥보드를 정말 잘 탔다. 많이 큰 것이 느껴진다. 둘이서 내기도 하며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서 몇 번을 왕복하며 탔다. 놀이터에 가서 그네도 타며 놀다가 물을 마셔도 더워서 한 시간 정도 놀다가 집에 왔다.
손자들과 밖에 나가면 늘 긴장된다. 오늘처럼 킥보드 타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서 할머니는 초긴장이 된다. 안전하게 잘 놀면 좋은데 혹시라도 넘어져서 무릎이라고 다치면 속상하다. 아이 본 공은 없다고 잘 놀면 괜찮은데 다치면 아이들을 잘 못 본 것 같아서 괜히 아들 며느리에게 미안하다. 그렇다고 집에서만 놀 수도 없다.
손자 세 명과 두 번째 킥보드를 타러 나갔다
큰아들네가 손자를 데리고 왔다. 점심을 안 먹었다고 해서 요즘 내가 잘 먹는 열무김치 비빔밥을 만들어 주었다. 달걀 프라이도 하고 손자 먹이려고 볶은 불고기 남은 것도 넣어서 비벼주니 맛있다고 했다. 역시 여름에는 열무김치가 최고의 반찬이다.
점심 먹고 큰아들과 며느리가 공원에 가자고 해서 손자 세 명을 데리고 나섰다. 킥보드도 하나씩 가져갔다. 손자만 세 명이다 보니 노는 것도 비슷하다. 작은 손자도 킥보드를 제법 잘 탔다. 아파트에서 산으로 연결된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근린공원에 갈 수 있다. 날씨가 더운 오후라서 그런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세 명이 시합한다고 해서 "준비, 땅!"을 외치려고 세워놓았는데 막내 준우가 1등 하고 싶은지 먼저 출발했다. 형님이라고 쌍둥이 손자들이 동생이 반칙하는 것도 봐주었다. 지우와 연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지우가 이겼다. 세 명이 한참을 킥보드 타고 놀더니 벌레 좋아하는 지우가 바닥에서 개미를 발견했는지 준우와 벌레잡이에 나섰다. 요즘 만지면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마는 공벌레도 있어서 그렇게 한참 벌레와 놀았다.
날씨가 정말 더웠다. 한 시간 정도 놀았는데 얼굴이 빨개지고 땀에 옷도 젖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더 놀고 싶다는 손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 손자만 세 명이라 오자마자 옷을 벗고 욕조로 풍덩 들어갔다. 벗은 옷을 보니 속옷까지 젖었다. 막네 손자가 처음으로 형님들과 목욕하니 좋은가보다. 형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며 한참 동안 욕조에서 잘 놀았다. 그동안은 엄마만 찾던 손자가 이젠 형들과 잘 어울려 노는 걸 보니 대견하다.
손자 세 명과 함께한 생일 파티로 행복한 할머니
돼지고기 김치찜이 맛있게 만들어졌다. 손자들은 불고기 볶은 것과 호박전 만들고 남은 달걀물에 당근과 파를 넣어 달걀말이 만든 것과 시금치를 트레이에 담아서 주었다. 손자들 밥 먹이고 어른들도 식사한 후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 파티를 하였다. 손자들이 촛불 끄는 것을 좋아해서 세 번이나 반복해서 촛불을 켜고 껐다. 손자들이 불러준 생일 축하 노래에 할머니가 정말 행복했다.
케이크는 쌍둥이 손자를 주중에 돌봐주시는 사부인께서 내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보내주셨다. 감사했다. 초등 2학년인 쌍둥이 손자에게 편지를 쓰라고 해서 손자들 편지까지 받게 되었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재미 같다. 오늘도 엄마 생일이라고 축하해 주러 온 아들과 며느리, 손자 덕분에 행복한 생일날이 되었다. 물론 집에 갈 때는 매실장아찌, 열무김치, 오이지 등 친정엄마 마음으로 통에 담아서 보냈다. 늘 건강해서 자식들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