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사랑은 할머니,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은 마음

손주 위해 민들레를 화분에 심고 가꾸며 손자와 꽃피기를 기다리는 할머니

by유미래


우리 집은 아파트에 입주하여 26년 동안 계속 살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오래 살다 보니 아파트에서 언제쯤 정원 제초 작업을 할지도 감으로 알게 된다. 5월이 되니 아파트 뜰에 풀이 많이 자라서 곧 제초 작업을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우리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며 꽃구경을 한다. 요즘 화려하던 영산홍과 철쭉이 떨어지고 빨간 장미와 하얀 산딸나무꽃이 곳곳에 많이 피어있다. 잡초가 많이 자란 곳에는 달걀노른자와 흰자 모습을 닮은 개망초도 하얗게 정원을 덮고 있다.


꽃 좋아하는 쌍둥이 손자 연우는 많은 꽃 중에서 유독 민들레꽃을 좋아한다. 노란 민들레도 길가나 아파트 뜰에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연우가 보고 싶어 하는 건 토종 민들레다. 토종 민들레는 신기하게 꽃받침이 꽃을 감싸듯 위로 올라가 있는데 우리 아파트 정원에서 발견한 것은 하얀 민들레와 흰 노랑 민들레다.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토종 민들레를 찾았을 때 신기하고 기뻐서 연우와 두 손을 잡고 환호성을 질렀던 것이 생각난다.


토종인 하얀 민들레와 흰노랑 민들레


나도 손자 덕분에 하얀 민들레와 흰 노랑 토종 민들레가 있는 곳을 알게 되어서 외출하고 돌아올 때는 조금 돌아가야 해도 하얀 민들레가 잘 있는지 꽃 인사라도 하고 싶어 늘 그곳에 들른다.


아파트에서 하얀 민들레가 피어있는 곳은 두 군데다. 한 곳은 놀이터 옆에 있는 정원 뜰로 조금만 돌아가면 볼 수 있는 곳이고, 한 곳은 아파트 뒤쪽이라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예쁘게 피어있는 민들레도 제초 작업을 하면 없어질 거라서 연우가 주말에 오면 무척 실망할 것 같았다.


5월 중순에 모종삽과 모종을 담을 플라스틱 통을 들고 하얀 민들레와 흰 노랑 민들레가 있는 곳에 민들레를 캐러 갔다. 사실 이곳은 화단으로 가꾼 곳이 아니고 아파트 뒤쪽에 잡초만 무성한 곳이다. 그래도 아파트 정원에 있는 식물은 공동 재산이라 먼저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아파트 화단의 흙이나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잡초를 포함해서)을 관리주체(관리사무소나 입주대표회의)의 허가 없이 임의로 파서 가져가는 것은 공용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민들레는 아파트에서 심은 것이 아니고 저절로 생겨난 잡초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그냥 파 와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알아보니 꼭 허락받고 캐야 한단다.


"안녕하세요. 116동 주민인데 허락받을 일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무슨 일이신데요?"

"손주가 민들레꽃을 좋아하는데 118동 뒤쪽 뜰에 있는 민들레 서너 포기만 캐도 될까요? 화분에 심어보려고요."

"그러세요. 민들레는 관리실에서 관상용으로 심은 것이 아니고 홀씨가 날아다니다 저절로 난 풀이니까 캐셔도 되세요. 대신 민들레 캐시고 캔 자리도 잘 정리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주변 나무 등도 조심하고 캔 자리도 잘 정리하겠습니다."


전화로 관리실 허락을 받았더니 마음이 편했다. 이제 민들레를 잘 캐서 집에 있는 화분에 옮겨심기만 하면 된다. 꽃집에서 거름흙도 미리 사두었기 때문에 심는 건 문제없었다. 손자 연우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괜히 신이 났다. 풀이 많이 자라서 조심해서 들어갔더니 민들레가 보였다. 풀이 많이 자라서인지 민들레도 키가 제법 컸다.


손주 사랑은 할머니, 화분에 옮겨 심은 민들레


화분에 옮겨심은 흰노랑 민들레


모종삽으로 흙을 긁어내며 캐려는데 민들레 뿌리가 굉장히 깊이 박혀 있어서 뿌리를 결국 자를 수밖에 없었다. 민들레 뿌리가 이리 긴지 처음 알았다.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은 긴 뿌리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얀 민들레 두 포기와 흰 노랑 민들레 두 포기를 캐서 집에 있는 화분에 옮겨 심었다. 제법 큰 화분에 심긴 했으나 뿌리가 잘린 민들레가 잘 살지 걱정되었다.


화분에 심은 민들레에서 자란 홀씨


민들레를 화분에 옮겨 심고 매일 관찰하였다. 참 신기했다. 민들레 잎이 시들었는데도 꽃이 진 자리에서 민들레 홀씨가 솜사탕처럼 동그랗게 만들어졌다. 홀씨는 따서 긴 화분 두 개에 심었는데 민들레 싹이 올라올지 모르겠다. 너무 많이 올라올까 걱정도 되었다. 민들레 새싹은 본 적이 없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옮겨 심은 민들레 중 세 포기가 살았다.


물을 많이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화분 흙이 바싹 말랐을 때 물을 주었다. 민들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깨진 보도블록 틈에서도 자란다. 그 생명력이 놀랍다. 죽은 줄 알았던 민들레 뿌리에서 새잎이 올라왔다. 다행히 네 포기 중 세 포기가 아직 살아서 새잎이 올라오고 있다. 민들레가 죽지 않고 살아서 안심된다. 정말 감사하다. 연우에게 영상통화로 보여주니 신난다며 빨리 금요일이 되어 할머니 집에 오고 싶다고 했다.


손주 사랑은 할머니다. 손주를 사랑하지 않는 할머니는 없을 거다. 마음은 손주가 원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을 거다. 나는 식집사라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많이 가꾼다. 꽃 좋아하는 손자 때문에 식집사 할머니가 바쁘지만, 손자가 좋아하는 것을 해 주고 싶은 것이 할머니 마음이다.


아파트 정원은 풀을 싹둑 잘라서 하얀 민들레가 언제 올라올지 모른다. 오늘도 외출하고 돌아오며 하얀 민들레가 있던 곳에 가 보았는데 풀이 다 베어져서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민들레가 자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손자가 좋아하게 화분에 심은 민들레라도 꽃봉오리가 올라와서 민들레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손주가 요즘 민들레 꽃봉오리가 올라왔는지 저녁마다 영상통화 하면서 물어본다. 민들레도 우리 마음 알아주길 바란다. 꽃도 사람도 관심과 사랑 주는 것만큼 잘 자라니 조금 지나면 우리 집 화분에서도 민들레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늘도 손자와 영상통화 하며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이라서 댓글창 닫아둡니다. 작가님들, 5월 잘 마무리하시고 새로운 달 6월에도 행복하세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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