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꽃사랑 덕에 바빠진 식집사 할머니

매일 영상통화로 손주에게 꽃소식 전하는 기쁨

by유미래

"할머니, 벤쿠버제라늄 꽃 몇 개 폈어요? 보여주세요."

"할머니, 민들레잎 몇 개 올라왔어요? 보여주세요."

"할머니, 브라질 아브틸론 노란 꽃 나왔어요? 보여주세요."


저녁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쌍둥이 손자 연우가 영상통화로 하는 말이다. 우리 집에는 베란다에서 기르는 식물이 많다. 난 화분도 있지만 꽃이 피는 식물도 여러 개 있다. 1월 1일 새해 첫날에 난꽃이 피더니 그 기운을 받아서인지 올해는 정말 베란다에서 기르는 반려 식물 꽃이 많이 핀다.


3월에는 군자란 꽃대가 일곱 개나 올라와서 꽃이 활짝 피어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주었고, 브라질 아브틸론도 끊임없이 꽃을 피워준다. 연우가 식물에 관심이 많아 주말에 우리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베란다에 나가 1주일 동안 달라진 것이 있는지 살피는 거다. 특히 꽃이 피려고 꽃봉오리가 올라온 화분에 관심을 가지며 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손주 꽃사랑에 바빠진 할머니


손자가 꽃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니 식집사 할머니는 요즘 더 바쁘다. 저녁에 영상통화 하는 손자에게 달라진 화초 모습을 설명해주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서 보내줘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자동으로 베란다에 나가서 전날과 달라진 것이 없는지 살피고, 혹시라도 꽃이 피다가 시들면 안 되기에 정성을 다한다.


5월 초에 벤쿠버제라늄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키우던 화초가 꽃이 피면 식집사에게 가장 기쁜 일이다. 벤쿠버제라늄은 지인에게서 2년 전에 얻어왔는데 꽃이 피지 않아서 꽃을 기대하지 않았었다. 겨울에는 잎이 몇 개 남지 않아서 죽으려나 염려했는데 살아남아 꽃을 피워주는 벤쿠버제라늄이 기특하다.


2년만에 핀 벤쿠버제라늄


우리 집 꽃 박사 연우가 벤쿠버제라늄이 빨간 꽃을 피운다며 포털에서 찾은 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꽃이 공작새를 닮은 듯 우아해서 우리 집 화분에서도 꽃이 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월 초에 우리 집 벤쿠버제라늄이 꽃봉오리가 맺혔다.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가슴 뛰게 한다. 기적 같았다. 나도 연우도 그날부터 언제 꽃봉오리가 벌어져서 꽃이 필까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벤쿠버제라늄 꽃은 가까이서 처음 보는데 정말 신기했다. 꽃봉오리는 땅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꽃이 피면 한 송이씩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했다. 처음에 한 송이가 피고, 이틀 뒤에 두 송이가 폈다. 주말이라 연우가 집에 와서 벤쿠버제라늄 꽃 핀 것을 보았다. 꽃송이가 공작새 같다며 꽃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한 송이씩 피던 꽃이 어느새 열 송이가 활짝 폈다.


벤쿠버제라늄 꽃핀 것을 보고 간 연우가 그날부터 저녁마다 전화했다. 영상통화를 하며 꽃을 보여달라고 했다. 영상통화 할 때 꽃이 잘 보이도록 핸드폰 방향을 맞추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연우가 영상 통화하면서 요즘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이 벤쿠버제라늄꽃이었고, 그다음이 화분에 옮겨 심은 민들레고 세 번째가 빨간 꽃이 핀 제라늄이었다.


우리 집 베란다는 5월에 꽃 대궐이 되었다. 핸드폰으로 하나씩 보여주고 설명해주다 보니 나도 꽃사랑에 푹 빠지게 되고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란 시를 지으실 때도 나처럼 이렇게 풀꽃을 자세히 오래 관찰하셨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벤쿠버제라늄이 처음 작은 꽃봉오리가 올라올 때부터 열 송이 꽃이 다 피기까지 하루하루 관찰하며 보는 것도 신기하고 커다란 행복이었다. 중간에 시들지 않고 마지막 열 송이가 다 피어 당당한 모습으로 화분대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식집사에겐 보람이고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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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 이야기로 작년에 출간한 바카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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