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이 사라진 뒤 사랑의 민낯
에피소드 1. 민주화는 지겨운 일상이었다
광주에서 자란 나는 민주화가 거창한 꿈이 아니라 지겨운 일상이라는 걸 먼저 배웠다. 학생들이 모이면 도로가 막혔고, 그럴 때면 기사 아저씨들이나 가판대 점포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투덜대기 일쑤였다. 전경들이 줄을 서면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그런 불편이 길어질수록 도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기침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부채감을 버릴 수 없었다. 선생님들은 전교조 활동을 하며 무언가를 위해 투쟁하면서도 정작 수업 중에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대학 가면 학생 운동 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해 기껏 공부 잘 시켜서 서울로 보내놓으면 데모한다고 성공할 생각들은 안하고 말이지 어리석기는...쯧쯧쯧.” 그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TV를 보며 정치인들을 욕하시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말했다.
“정치에 관심 갖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나는 그런 모순된 일상 속에서 시위가 일상이었던 도시의 피로감을 어릴 때부터 느꼈다. 한편으로는 민주화에 대한 의무의식과 슬롯적 성공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랐다. 사실 내 기억에 그당시 광주는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학생운동이 시내만 나가면 잦았던 시절이었다 전국의 총학생운 역시 툭하면 전남대,조대에서 궐기했으니 말이다 전경들과의 대치가 잦았다. 아마 내가 중학교 1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1989년 어느 가을날, 엄마가 앞치마 끈을 허리 뒤에서 꽉 묶으면서 말했다.
“나 관리사무소 좀 갔다 올란다. 김밥 말러 가야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