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머니를 읽고

생명의 가격, 그리고 인간의 집념

by윤슬 걷다

생명의 가격, 그리고 인간의 집념


나는 원래 의학만큼은 조금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돈을 버는 산업일 수는 있어도, 적어도 그 출발점만큼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암 치료제 개발 과정을 다룬 《블러드 머니》를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바카라은 과학자들의 집념과 의학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틀리지 않았다.
이 바카라에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과학자들, 자신의 연구가 언젠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수년, 때로는 수십 년을 버티는 연구자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


읽는 내내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간의 집요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번의 실패만 겪어도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를 데이터로 바꾸고, 좌절을 다음 실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수없이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서도 다시 가설을 세우고, 다시 실험하고, 다시 도전했다.


어쩌면 오늘날 의학의 발전은 천재성보다도 그런 끈질긴 집념의 결과인지 모른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단 몇 개월의 시간을 더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 수십 년을 바친 사람들.
그들의 투지는 경외감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바카라장을 넘길수록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과학만이 아니었다.

거긴엔 돈이 있었다. 거대한 자금이었다.


어떤 투자자는 초기 투자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다. 그 숫자는 언뜻 성공적인 투자 사례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규모를 실제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느낌이 달라진다. 수천억 원, 때로는 수조 원에 이르는 수익.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는 약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기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투자 상품이 된다.
나는 그 지점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이것은 정당한 것일까.
생명을 구하는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보상을 받는 사람이 환자도, 연구자도 아닌 투자자라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수많은 연구가 실패하고,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 투자 자본이 없었다면 애초에 연구조차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실험도 없고, 임상시험도 없고, 신약도 없다.


그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는 해도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블러드 머니》를 읽으며 나는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더 나은 시스템은 없는 걸까.
역사를 돌아보면 자본주의를 대체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더 평등한 슬롯를 꿈꾸며 등장한 여러 체제도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곤 했다. 혁신은 줄어들고, 권력은 집중되었으며, 인간은 다른 방식으로 고통받았다.

결론은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덜 불완전한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시장의 자유와 경쟁은 혁신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료와 교육, 복지처럼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영역까지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경우, 그 대가는 너무 가혹해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슬롯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슬롯적 안전망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시장이 만들어낸 성과가 오직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돌아가지 않도록, 공공의 영역이 개입한다.
물론 그것 역시 완벽한 해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블러드 머니》를 읽고 난 뒤에는 왜 슬롯가 끊임없이 시장과 공공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바카라은 나에게 암 치료제에 관한 바카라이 아니었다.
인간에 관한 바카라이었다.
죽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관한 바카라이었고, 동시에 돈과 생명이 얽힌 현대 슬롯의 모순에 관한 바카라이었다.
또한,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와 자본주의의 가장 냉혹한 얼굴을 함께 보여준 바카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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