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은 AI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독주로 뜨거웠다. 전 세계 최고의 갑부들인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는 우주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요즘의 문학은 이 기묘한 시대상을 그대로 비춘다. 이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름 모를 무인도가 아니라, 아득한 우주 한복판에서 조난을 당해 표류하곤 한다.
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의 주인공 니나도 그렇다. 니나는 그 길고 긴 이름만큼이나 아득히 먼 우주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외계인이다. 이 외계인의 눈에 비친 지구의 고등 동물, 즉 인간은 한없이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이며 어리석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냉소적인 외계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에서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살아간다. 사랑하는 남자 굴보의 아이를 정성껏 키우고, 동료를 위해 급여를 봉투째 포기하기도 한다. 업둥이를 품어 기르는 것은 물론, 노후를 대비하듯 부동산 투기까지 감행한다.
본래 니나는 슬롯적 관계가 전무한 별에서 왔다. 그곳은 심지어 섹스마저 혼자 하는, 진정한 관계의 부재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마주한 니나의 삶은 인간의 본질이 결국 '관계'에 있음을 웅변한다.
정희, 미희, 차희로 대변되는 친구들, 굴보 부자와 업둥이 장수로 이어지는 가족, 그리고 사장과 직원의 관계까지. 결국 니나는 이 따스한 관계 속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본국으로의 송환마저 완강히 거부한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 우리의 시선은 온통 우주와 미래로만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차갑고 효율만을 앞세운 AI 시대의 기술 문명 속에서, 진정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차가운 기술보다 인간의 따뜻함과 선량함을 소망하게 하는, 이 시대의 서글프고도 아름다운 현대판 권선징악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