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X, 천재의 통찰인가 괴짜의 값비싼 꿈인가
스페이스 X가 재사용 로켓 팰컨 9을 바다 위 드론십에 정확히 수직 착륙시키고, 드래건 우주선을 통해 민간 우주 시대를 열어젖힌 성과는 단연 경이롭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한계를 끝내 무너뜨린 일론 머스크의 집요함과 독특한 추진력 역시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분명 세상을 움직이는 소수의 천재 가운데 한 사람이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빛나는 성과의 진짜 주역을 머스크 한 사람으로만 말할 수 있을까.
스페이스 X의 오늘을 만든 것은 현장에서 자신의 청춘과 열정을 쏟아부은 수많은 엔지니어들이었다. 주 80~100시간에 이르는 혹독한 노동과 머스크의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도, ‘우주 산업의 역사를 바꾼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낸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스페이스 X가 가능했을 것이다. 거대한 비전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수많은 사람의 손과 시간, 그리고 헌신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말하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거대한 비전에는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서, 황량하고 척박한 화성으로 가서 살아가는 것이 과연 대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일까. 지구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우리가 살아가기에 놀라울 만큼 풍요로운 행성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 아닐까.
화성 이주라는 거대한 꿈은 인류 전체의 염원이라기보다 어쩌면 머스크 개인의 강렬한 열망에 더 가까워 보인다.
물론 인류가 언젠가 지구 밖으로 나아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기술이 가능하다는 것과 그것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머스크의 리더십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타협 없이 밀어붙이는 그의 방식에서는 독단적이고 유별난 면모가 엿보인다. 거대한 비전과 놀라운 성취 뒤에서 정작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의 삶과 행복은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위대한 기술의 가치는 무엇을 가능하게 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스페이스 X가 이뤄낸 공학적 기적과 그 뒤에서 자신의 청춘을 바친 엔지니어들의 열정에는 깊은 찬사를 보낸다. 다만 그 위대한 성취를 만들어낸 머스크의 모든 꿈까지 함께 찬양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행보가 정말 시대를 훨씬 앞서간 천재의 통찰이었는지, 아니면 거대한 자본을 쥔 괴짜의 값비싼 꿈이었는지는 결국 시간이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