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부조리의 산재

ep192

by유 지성


군대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하던 시절.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일단 기자재를 사야 해서 현금이 필요했고 3개월만 좀 빡세게(?)일해보려 결심했다.


여기저기 바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모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였는데 당일 면접 당일부터 근무를 하는 신속한(?) 방식을 운용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며칠 일을 하다 의문을 갖게 된 것이

점심 식권문제

항상 식권이 근무인원보다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항상 식권이 없어서 자기 돈을 내고 식권을 사든지 대충 때우든지 하는 인원이 발생했다.

다시 며칠 뒤, 근무복이 더러워져서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집에 가지고 가서 세탁을 해서 가지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근무복을 자기 돈으로 세탁하라고?


필자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해서 중간관리직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회사 방침


자세하게 물어봐서 알게 된 것은, 이 아르바이트는 백화점에서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 외부 업체에 하청을 주고 운용하고 있고 지침은 다 그 하청업체에서 나온다는 것.

당시에는 필자가 하청의 개념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한국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깊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필자는 머리를 쓸 수 있다는(?) 이유로 관리서류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서류를 보다 경악을 했다.

인원의 30% 이상을 초과하는 식권이 매일 발급한다는 명목으로의 비용청구

인원의 작업복을 매주 1회 세탁하는 명목으로 비용청구

되지도 않는 무전기등의 장비관리 명목으로 비용청구


이거 사기잖아??!!


이걸 보고 하청업체 상위관리자가 왔을 때, 이의를 제기했고 그는 내용을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만 말했는데 몇 시간 뒤.

(그를 앞으로 쓰레기라 지칭하겠다

사무실을 지나다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쓰레기는 애꿎은 중간관리자를 불러서 난리를 쳤다.

알바주제에 기어오르는 것들이 있는데 대체 어떻게 관리하냐, 친하게 지내지 마라, 그러니까 너가 xx처럼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는 막말을 했는데.


필자는 중간관리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어차피 3개월만 일하고 나갈 건데, 원하시면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관리자는 여기가 온라인 게임이고 일이 커지면 잘릴 거니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른 장기 아르바이트생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하지 않기로 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하청업체에서 근무자들에게 당연히 가야 할 금액을 가로채고 초기 노동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도처에 이런 부조리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반대로 아르바이트생들이 갑질하는 일들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을 고용하는 이들도, 일하는 이들도 서로의 자원과 시간을 쓰는 한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슬롯임이 틀림없다.


내가 돈을 주니 잔말 말아라라든지, 시간만 때우면 돈 나오겠지라는 생각은 선진 슬롯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제일 급한 것은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정상적인 구조와 근무조건을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의 급선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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