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아내와 결혼하지 못했다면

소설 언덕의 궁전을 쓰고 나서

by달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아내와 결혼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녀를 처음 만날 당시 저는 공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풀리지 않는 인생에 두 손 두 발 들고 도망치듯 넘어간 지역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나마 한 손에 바카라을 쥐고 있었던 건, 그러지 않으면 너무 막막하고 쓸쓸한 인생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꼴에 연애는 해보겠다고 독서 모임을 찾았습니다.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운영진으로 발탁되었고 감투를 쓴 김에 소모임을 열었습니다. 모임 당일날까지도 참여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감 직전 극적으로 누군가 한 명이 투표를 눌렀습니다. 그렇게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아내였습니다.


안정적인 온라인 게임을 다니며 모은 돈으로 산 34평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모은 돈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던 제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얻을 생각을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발악했던 모양입니다.


결혼 후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바뀌었고 돈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꿈이 생겼습니다. 어느 새벽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이토록 깊이 뿌리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가 글을 쓰게 됐을까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내가 독서 모임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날 소모임에 다른 사람이 나왔다면, 혹 아내를 만났어도 그냥 스쳐 지나갔다면, 우리의 인연의 실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꿰어졌다면, 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쓰면 쓸수록 오히려 그 전개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마음이 있어도 차마 넘길 수 없는 조건들 앞에서 어긋나버린 경우는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죠. 그 쓸쓸함을 삼켜본 적 있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가 마음에 작은 파동 하나쯤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다시 한번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여받은 삶을 충실히 살아내야겠다는 힘도 얻었습니다. 더불어 제 글을 스쳐가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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