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만 바라보던 내가 자기감을 느끼게 된 순간
"자신에 대한 감각과 감정, 생각과 느낌을 뜻하는 용어는 자기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등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지각과 느낌이 포함된 개념이다.
자존감이 자신을 존중하는 감각이라면 자기감은 자신을 이해하는 감각이다. 자존감이 부분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이라면 자기감은 전체적이고 고정적이다."
_정정엽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존재감은 가만히 있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한때 나는 스스로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감각 속에서 존재감에 대해 오래 고민했었다.
돌이켜보면 늘 외부만 바라봤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과 개성은 잘 보이는데 정작 나는 잘 보이지 않았다. 타인의 개성을 좇고, 그것과 비교하며 부족한 나만 바라보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 그러는 동안 내가 가진 감각이나 취향, 표정과 분위기 같은 ‘나만의 흔적’은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도 희미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거울을 본 적이 있었다. 머릿속은 스스로를 향한 비난으로 가득했는데, 거울 속 나는 생각보다 평온해 보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머릿속에서 판단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그 뒤로는 의식적으로 나를 인식하려 했다. 외부에 정신이 팔릴 때에도 내 얼굴, 내 몸, 내 감정과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계속 느껴보려 했다.
그리고 자기감은 표현을 통해 더 선명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옷이든 말이든 취향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밖으로 드러낼 때 비로소 ‘나’라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가만히 고민만 하고 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의 조윤제 작가 말처럼 “나를 지킨다는 것은 외부의 모든 자극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비우는 고립이 아니라, 내부를 좋은 것으로 채워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기감은 특별한 확신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계속 인식하고 표현해 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선명해지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자기감을 느끼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것들로 나를 채워가고, 또 그것을 표현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