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유리에 내비게이션 화면이 떠오른다고?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사전 (24)

by김문기

부모님이 운전하시는 자동차 앞자리에 탔을 때 운전석 앞쪽 유리창을 유심히 살펴보면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맑고 투명한 유리창 허공에 자동차의 현재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의 회전 화살표, 심지어 과속 카메라 경고 표시가 선명한 컬러 그래픽으로 둥둥 떠 있다.


분명 유리창에는 아무런 전선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불빛이 나오는 화면 장치도 붙어 있지 않다. 바깥의 건물과 도로 풍경은 그대로 훤히 다 비치는데, 어떻게 운전자의 눈앞에만 필요한 정보들이 마법처럼 떠오르는 것일까?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에서 출발해 자동차 필수 안전 기술로 자리 잡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Up Display)'의 광학적 비밀은 무엇일까.


그림1.png[사진=ams OSRAM]

시선을 떼지 마라 "고개를 숙이지 않아야 사고를 막는다"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차는 단 1초 만에 약 28미터를 앞으로 돌진한다. 운전자가 길을 확인하기 위해 센터패시아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힐끔 쳐다보거나, 속도를 확인하려고 운전대 뒤 계기판으로 시선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초에서 2초 남짓이다.


이 찰나의 순간 동안 운전자는 사실상 눈을 감고 30미터에서 50미터가 넘는 거리를 질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앞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도로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시선이 아래로 향해 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한 사람의 눈은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번갈아 볼 때마다 초점을 맞추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도로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던 운전자의 눈이 운전대 바로 뒤의 계기판 글자를 읽으려면, 눈동자 속 수정체 근육이 힘을 주어 두께를 바꾸는 데 약 0.5초의 시간이 추가로 소모된다. 다시 도로를 바라볼 때도 초점을 맞추느라 또 한 번의 시차와 함께 눈에 상당한 피로가 누적된다.


엔지니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전자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Head-Up), 도로 전방만 똑바로 바라보며 운전할 수 있게 만들자"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운전대 너머 대시보드 안쪽에 숨겨진 정밀 빔프로젝터가 주행에 필요한 속도, 연료량, 내비게이션 길 안내 화살표를 운전자의 전방 시야에 정확히 포개어 띄워준다.


운전자는 시선을 도로에서 1밀리미터도 떼지 않고, 초점을 도로에 고정한 채로 속도와 경로 정보를 마치 도로 표지판 읽듯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전투기 조종사가 시속 1,000km가 넘는 공중전 상황에서 계기판을 볼 여유가 없어 캐노피 유리에 비행 정보를 띄웠던 군사 기술이, 일반 도로 위 운전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안전장치로 녹아든 셈이다.


대시보드 속 숨은 마술사 "초소형 프로젝터와 오목거울의 반사 공식"


투명한 유리창에 영상을 띄우는 원리는 빛의 반사와 거울의 성질을 그대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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