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사전 (14)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하다가 내 얼굴 사진을 만화 속 주인공 캐릭터로 뚝딱 바꾸어주는 필터를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인터넷에서 "우주복을 입은 고양이"라고 글자 몇 개만 입력했는데, 진짜 사람이 그린 것보다 훨씬 멋진 그림을 1초 만에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화가를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AI 화가는 마치 마술사 같다. 붓을 들고 캔버스에 선을 긋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 컴퓨터 칩은 어떻게 내 사진을 이해하고, 또 내가 말한 단어만으로 세상에 없던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인공지능 화가의 가방 속에 숨겨진 마법의 지우개를 살펴보자.
인공지능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원리는 우리가 미술 시간에 스케치북에 연필로 선을 긋는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과학자들은 이 방식을 ‘확산(Diffusion)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중학생 독자들의 눈높이에서는 ‘칠판 낙서 지우기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아주 쉽다.
학교 교실 칠판에 누군가 분필로 온갖 낙서와 번진 가루들을 가득 채워놓았다고 상상해 보자. 눈을 씻고 봐도 무엇을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완전한 모자이크 상태(노이즈)다. 인공지능 화가는 미술 수업을 받을 때, 멀쩡한 그림에 일부러 이 분필 가루를 조금씩 뿌려서 완전히 망가뜨리는 과정을 수억 번 공부했다. 그림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역순으로 학습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AI에게 "기타 치는 토끼"라고 명령을 내리면, AI는 컴퓨터 화면에 완전한 분필 낙서 더미(노이즈)를 하나 꺼내놓는다. 그리고 자기가 배운 ‘마법의 지우개’를 들고 낙서를 살살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토끼와 상관없는 낙서 가루들을 조금씩 지우다 보면 안개 속에서 형태가 드러나듯 서서히 토끼 귀가 나오고, 기타 줄이 나타난다. 즉,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혼돈의 낙서 속에서 내가 말한 단어와 가장 닮은 형태를 ‘지우개로 발굴해 내는’ 마술을 부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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