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를 닮은 칩
'뉴로모픽'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사전 (12)

by김문기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엄청나게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답답하고 고지식한 방식으로 일한다. 컴퓨터의 속사정을 알기 위해 아주 쉬운 심부름 상황을 하나 떠올려보자.

엄마가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거실에 있는 공바카라에 1을 더하는 계산한 한 후, 다시 거실에 놔두렴"이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면 컴퓨터는 어떻게 일할까?


1. 먼저 방(연산 장치)에서 거실(기억 장치)로 걸어 나가 공바카라을 가져온다.

2. 방 바카라상에 앉아 1을 더하는 계산을 한다.

3. 다시 거실로 걸어 나가 공바카라을 제자리에 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쓰는 모든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이다. 계산하는 곳과 기억하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무리 간단한 계산이라도 고속도로를 왕복하듯 매번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데이터가 적을 때는 이 방식도 아주 빨랐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수천만 개로 늘어나자, 방과 거실을 오가는 고속도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컴퓨터는 열이 펄펄 나기 시작했고, 전기를 엄청나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컴퓨터인 '인간의 뇌'를 그대로 베껴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뉴로모픽 반도체'다.


기업 간 거래(B2B)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인핸스가 3월9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함께 AI에이전트 홍보를 위한 시연회를 개최했다.[사진=인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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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선풍기 5만 대 vs 이세돌 구단은 바나나 한 개?


인간의 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위해 과거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바둑 대결을 다시 떠올려보자. 당시 알파고를 움직이기 위해 컴퓨터 수천 대가 동시에 돌아갔다. 이때 알파고가 쓴 전기는 약 170kW(킬로와트)였다. 중학생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바둑을 두는 내내 거실에 있는 선풍기 5만 대를 동시에 머리 위에 틀어놓은 것만큼 엄청난 전기를 쓴 셈이다. 컴퓨터가 방과 거실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느라 전기를 낭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파고를 상대했던 이세돌 구단의 뇌는 어땠을까? 인간의 뇌는 겨우 20W(와트) 정도의 아주 작은 전구 한 개를 켤 만한 전력만 썼다. 대국 전에 먹은 바나나 한 개, 초콜릿 한 조각의 에너지만으로 선풍기 5만 대를 돌리는 알파고를 이겨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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