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매일 입을 열어 소리를 내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집을 나서고, 일터에서 동료를 마주하며, 저녁에 돌아와 식구들과 둘러앉는 순간까지 쉼 없이 소통을 이어가지요. 숱한 이웃과 어울려 부대끼며 지내온 세월 속에서 또렷하게 깨닫게 되는 삶의 이치가 하나 있습니다. 일상에서 구사하는 입버릇이란 마음속 깊은 자리를 비추어내는 거울과도 같다는 점이지요. 우리는 상대방이 건네는 한마디를 통해 그가 품은 생각뿐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몸가짐과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길까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음성은 입술을 거쳐 밖으로 번지기 전에 가슴속에서 먼저 빚어지는 까닭입니다.
인품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음성 습관 여덟 갈래를 찬찬히 짚어볼 수 있습니다. 길게 늘어놓는 자, 거친 성미를 부리는 이, 욕지거리를 일삼는 사람, 허풍을 떠는 자, 짤막하게 끊는 이, 나긋나긋하게 건네는 사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 그리고 정직을 지키는 사람이지요. 이 여덟 빛깔은 날마다 맺는 인연 속에서 상대의 참모습을 가늠해 보는 뚜렷한 잣대가 되어줍니다.
본래 대화란 숨결을 나누는 어울림이어야 맞지요. 이쪽에서 건네면 건너편에서 받아넘기고, 잠시 멈추어 낯빛을 살피는 틈새가 있어야 온전한 나눔이 성립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마이크를 독점하듯 끝없이 제 사연만 늘어놓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찻집이나 밥상머리에서 둘러앉은 이들은 이미 지쳐 있는데도 낌새를 채지 못하고 지난 곡절을 줄줄이 꿰어대기 일쑤이지요. 제 목소리가 끊어지면 맺어둔 끈마저 끊겨버릴 것 같은 조바심에 쫓기는 탓입니다. 가슴에 쌓아둔 응어리가 벅차고, 평소에 귀를 기울여주는 벗을 곁에 두지 못했을 때 이러한 거동이 겉으로 불거져 나오게 됩니다.
곁에서 유독 언성을 높이고 투박한 소리를 앞세우는 자들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사소한 시비가 붙었을 때 삿대질부터 시작하거나, 아랫사람에게 일을 맡길 때 고압적인 윽박지름부터 내세우는 양상이지요. 겉보기에는 기세가 등등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입니다. 억센 표현은 남에게 당하기 전에 상대를 먼저 겁주어 물러서게 만들려는 방바카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버텨낼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사람은 가시 돋친 말 뒤로 숨어버립니다. 빈틈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으르렁거리는 형국이지요. 알속이 꽉 찬 자는 남이 무례하게 굴거나 형편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쉽사리 노여움을 터뜨리지 않습니다. 언제든 자신을 지탱할 뚝심이 있는 덕분입니다. 반대로 조마조마함에 쫓기는 이는 사소한 눈짓 하나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며 매서운 기세를 내뿜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으스댐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덧칠해 놓은 얄팍한 꺼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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