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겪는 갈등과 생채기는 어느 날 느닷없이 마주치는 돌발 사고에 머물지 않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마디를 두고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슬롯적 상호작용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나이나 직업, 처한 형편이 저마다 달라도 일상의 밑바닥에서 부딪히고 깨지는 지점은 참 묘하게도 서로 닿아 있습니다. 세상에 널리 회자되는 열두 가지 처세 또한 뜬구름 잡는 도덕바카라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많은 이들이 피 같은 재산과 시간, 건강을 고스란히 치러내며 얻어낸 현실의 통계입니다.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동서양의 역사적 사실과 고전이 남긴 자취를 나침반 삼아 우리 삶의 굽이마다 흐르는 인과법칙을 차분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평온한 일상에서는 누구나 원만한 인격자로 남기 쉽습니다. 밥값을 먼저 치르거나 명절에 덕담과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자리에서는 상대의 내면 깊은 곳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생계와 직결된 손익 문제가 눈앞에 놓이는 순간, 그동안 숨겨왔던 민낯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사기』 〈맹상군열전〉에서 풍훤은 부유하면 사람이 모여들고 가난하면 흩어진다는 염량세태(炎凉世態)를 기록했습니다.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에서도 자식들은 유산이 바닥나자 아버지의 임종 자리를 찾지 않았습니다. 재물이 오가는 길목에서는 각자가 지닌 생존 욕구와 가치관의 순서가 있는 그대로 확인됩니다.
소득 수준, 호기심의 방향, 여가를 보내는 태도, 평소 사용하는 어휘가 서로 겉돌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주역』 건괘(乾卦)에서는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이 서로를 찾는다고 적었습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자본 시장을 읽는 안목과 직업윤리를 공유하며 오랜 세월 동업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소비를 즐기는 이는 소비 성향이 비슷한 자리를 찾아가고, 사유를 넓히려는 이는 서재를 찾으며, 험담을 일삼는 이는 맞장구쳐줄 상대를 곁에 둡니다. 지금 내 주변을 채운 인간관계의 지도는 각자가 내린 선택과 관심사가 오랜 시간 쌓여 이루어집니다.
신체가 건강하게 움직여줄 것을 전제로 장기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을 모으거나 사업을 확장하고 자격을 취득하려는 목표는 신체가 기능할 때 성립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여록과 유보』의 〈생활 지혜론〉에서 건강이 지니는 무게를 짚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이라는 질환을 마주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척추가 불편해 의자에 앉지 못하거나 소화기가 손상되어 식사가 힘겨워지면 일상의 모든 계획이 멈춥니다. 신체의 정상적인 움직임은 지적 활동과 슬롯적 활동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물리적 토대입니다.
언어는 비용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화술을 통해 자신을 꾸며내기 수월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