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오래 내려온 다음 날이면 무릎 주변으로 뻐근한 통증이 고여옵니다. 살다 보면 오르막 뒤에는 내리막이 이어지고, 평탄한 길이 끝나면 가파른 구간이 나타납니다. 자연의 지형을 보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길은 찾기 어렵습니다. 강물은 지형을 따라 굽이쳐 흐르고, 산맥은 능선을 그리며 오르내림을 반복합니다. 우리가 통과하는 시간 역시 그 모양을 닮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 화면 위로 답해야 할 일들이 먼저 밀려와 있습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 속에서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온 힘을 써야 합니다. 저녁이 되어도 어깨 근육이 쉽게 풀리지 않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한 가지 과제를 끝내면 곧바로 다음 일이 눈앞에 놓입니다.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다음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일상도 이와 비슷합니다. 원하는 자리에 도달했다고 해서 안심하고 멈출 수는 없습니다. 오래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면 닫힌 방 안 공기마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가만히 앉아 불안을 견디기보다, 차라리 몸을 움직여 첫발을 디딜 때 비로소 하루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숨소리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비탈을 지나 본 사람은 몸으로 배웁니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허벅지에 팽팽한 긴장이 따르고, 내려갈 때는 발밑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필요한 것은 속도를 올리는 일이 아니라 보폭을 줄이는 일입니다. 지금 힘겨운 이 구간도 결국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사람은 조금 더 오래 걸을 수 있습니다. 먼저 지나온 길은 다음 걸음을 조금 덜 당황하게 만들어주는 정직한 경험이 됩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 본 사람은 잠시 서서 숨을 고를 줄 알고, 내려오는 길을 조심해 본 사람은 다음 오르막을 만났을 때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잘된 날도 지나가고, 안 풀리던 날도 끝이 나기 마련입니다. 좋은 날에도 속도를 올리지 않고, 힘겨운 순간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끝내 오래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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